[사설] 안전자산까지 줄줄이 급락, 심상치 않은 신호다

입력 2020-03-13 18:01   수정 2020-03-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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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發) 글로벌 금융쇼크로 국내 금융시장도 큰 충격에 빠졌다. 어제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장 초반부터 8% 이상 급락해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한때 18원4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224원80전까지 치솟았다가 1219원30전에 마감했다.

우려스런 것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국고채 가격도 동반 약세라는 점이다. 어제 KRX(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금 현물(3.75g)은 오전 한때 3% 가까이 급락했다. 만기 10년 이상 국채 장기물 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통상 주식 등 위험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 안전자산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가 몰려 가격이 오르는 게 보통이다. 서로 대체재 관계인 두 자산군(群)이 동반 약세인 것은 금융시장 전체가 공포에 빠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은 국내에서만이 아니지만 외국인이 ‘셀 코리아(한국 자산 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고 국내 주식에 이어 국채 선물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극심한 경기위축과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마당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 한국 금융시장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최악의 사태까지 상정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시장 충격이 극심한데도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이렇다 할 메시지가 안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6개월 간 공매도 금지 등 땜질식 대책으로는 일시 효과를 낼지 몰라도 외국인 이탈과 시장 불안요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외에 다양한 시장안정 수단을 갖고 있지만 쓰지 않으면 소용없다. 금융시장을 휩싸고 있는 공포감을 해소하려면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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