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몸을 흔들고, 영화 '기생충'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넷플릭스 '킹덤'이 구현해낸 기술력과 연출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아티스트 및 콘텐츠를 접한 후의 반응들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이 전 세계의 시청각을 뒤흔들고 있다.
한반도에서 출발해 여러 대륙을 휘감기 시작하던 한류 바람의 몸집이 거대해졌다. 어느덧 'Made by Korea'가 붙은 음악, 영화, 드라마는 높은 글로벌 시장의 장벽을 넘었고 미국, 영국은 물론 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한국대중문화산업의 놀라운 약진이다.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한국 음악사는 물론, 팝 역사에도 길이 남을 기록을 거듭 쓰고 있는 중이다. '現 팝 역사의 비틀스'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는 이들은 신보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로 4연속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했다. 그룹으로서는 비틀스 이래 최단 기간에 '빌보드 200' 4개 앨범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팝 역사에서도 유의미한 기록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러브 유어셀프',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로 1년 2개월 동안 서울, 미국, 브라질,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총 62회 공연, 운집한 관객만 206만 명에 달하는 이 투어에서 파란 눈의 소년, 소녀들은 '한국어 떼창'으로 흥을 더했고, 히잡, 차도르 등을 쓴 팬들도 '아미밤(공식 응원봉)을 흔들며 'BTS'를 연호하는 진풍경을 펼쳐냈다.
영화계에서는 동양권 작품에 장벽이 높았던 오스카를 뚫은 '기생충'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101년 한국영화의 역사와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동시에 뒤엎었다.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의 주인공이 됐고, 또 한 영화가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 역시 처음이었다.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품에 안은 것은 역대 두 번째로, 64년 만이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가 고루하게 지니고 있던 편견을 타파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 영화인들의 귀감이 됐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이 호명되자 시상식 자리에 있던 할리우드 배우들 및 유수의 감독들이 전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봉준호 감독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전 세계가 그의 말을 경청했고, 미소를 지었다. 기세를 몰아 '기생충'은 드라마로도 제작된다. 현재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 역으로는 마크 러팔로가, 장혜진이 연기한 충숙 역으로는 틸다 스윈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로는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작인 '킹덤'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선보였던 '킹덤'의 두 번째 시즌 '킹덤2'를 지난 13일 공개했다. 앞서 '킹덤'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넷플릭스가 방침에 따라 스트리밍 수나 시청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킹덤'의 영향력은 구체적인 수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체감 가능할 정도로 막강하다.
지난해 1월 '킹덤'이 공개된 후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웹 및 앱의 순 방문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40만2000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가입자수가 꾸준한 증가세이긴 했지만 '킹덤'을 기점으로 확실한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었다. 더불어 세계적인 관심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킹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최고 인터내셔널 TV쇼 톱10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킹덤'에 출연했던 배우 류승룡은 '킹덤2'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프로그램 촬영 차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갔는데 초원에서 동물이랑 생활하는 원주민까지 '킹덤'을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극중에서 무서운 인물로 나오는 나를 보고 도망가더라"고 전했다. 배두나 역시 "한국 사람이 한국 작품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인정받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간 '킹덤'의 인기를 수긍했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CJ ENM과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JTBC와도 장기 파트터십을 체결해 올해부터 3년간 오리지널 콘텐츠 20편을 제작하기로 했다.
'킹덤2'에도 힘을 쏟았다. 넷플릭스는 미국 LA 할리우드 선셋 블러바드·웨스턴 에비뉴, 뉴욕 타임스퀘어 주요 장소에 약 한 달 동안 '킹덤' 대형 옥외광고를 게재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킹덤2'는 공개 당일 오전부터 각종 포털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기다림을 고스란히 증명했다.
이 같은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전방위적 활약에 관련 업계도 테마주로 꼽히며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일본 활동 전속계약권을 보유하고 팬클럽 운영과 관리 등을 담당하는 키이스트 일본 자회사 SMC(구 디지털어드벤처), BTS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준비하는 초록뱀미디어, 방탄소년단 향수를 내놓은 브이티지엠피 등이 거론된다. 특히 브이티지엠피는 최근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 30.61%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도 오스카 수상 이후 주가가 4955원까지 올랐다. 4일 동안 무려 3배 가까이 뛴 주가에 한국거래소는 바른손이앤에이를 주가 급등에 따른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단, 현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목 받는 특수성이 작용한다. 실제로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에 따르면 1월 첫째~셋째 주와 2월 첫째~둘째 주 사이 넷플릭스 앱 이용자 수는 92만명에서 104만명으로 12.8%나 늘었다.
여기에 '킹덤2'까지 공개되면서 제작사 에이스토리 역시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확실히 '킹덤2'의 흥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에이스토리 자체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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