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에 올라온 코로나19 치료제 약물 임상시험은 53건이다. 이들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미국 길리어드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다.
강령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6건 진행하고 있는데 4월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신약 중에는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중국에서 이뤄지는 2건의 렘데시비르 임상 3상 종료 시점은 다음달 3일과 10일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도 5월 1일 끝난다. 임상 결과만 좋다면 5월께 신약이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효과만 확인되면 허가까지 1개월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급하기 때문에 먼저 허가 승인을 한 뒤 나중에 자료를 보완하는 쪽으로 절차가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몸속 세포에 들어간 뒤 증식하고 빠져나와 다른 세포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힘을 키운다. 코로나19는 증식을 위해 리보핵산(RNA)을 복제한다. 렘데시비르는 이를 복제할 때 효소가 쓰는 특정 물질과 비슷하게 생겼다. 가짜 물질이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가 제대로 증식되지 않아 힘을 잃게 하는 원리다.
올해 1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더니 하루 만에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 등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효과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바로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신약 후보로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약은 애브비의 ‘칼레트라’다. 기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를 합친 약으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한다. 중국과 홍콩에서 임상시험이 9건 진행되고 있다. 첫 결과는 5월께 나온다. 존슨앤드존슨의 HIV 치료제 ‘프레지스타’도 중국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는 12월 나온다.
복제약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옛 소련의 약물화학연구소에서 개발한 A·B형 독감 치료제 아르비돌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중국에서 5건 하고 있다. 생산원가가 1정당 170원 수준으로 저렴해 비싼 약값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