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사 올해 손실…9·11 때의 5배 넘을 수도

입력 2020-03-15 18:00   수정 2020-03-16 01: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입국 장벽을 높이고 이동 제한에 나서면서 세계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항공업계의 여객 수송은 830만 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줄어들었다. 화물 수송량도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운항이 재개된 국내선 항공편이 4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항공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항공산업이 최소 630억달러에서 최대 1130억달러(약 138조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세계 항공사의 매출 감소액이 약 23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다섯 배가량 큰 셈이다.

비상이 걸린 각국 항공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에어차이나와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대부분 중국 항공사는 노선을 줄이고 일부 조종사에게 무기한 무급 휴직을 요청했다. 세계 1위 미국 델타항공은 국제선의 25%, 국내선의 15%를 감축했다. 또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자발적 무급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축소하기로 한 데 이어 일부 직원에게 6개월간 무급 휴직을 권고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4~5월 매출이 최대 70%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급감으로 항공편 운항을 50% 감축할 것이라고 밝힌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은 정부와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미 파산한 항공사도 나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LCC)이자 유럽 최대 규모 지역 항공사인 플라이비는 지난주 파산을 신청했다. IATA는 “항공산업의 위기는 공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광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관광산업은 올 들어 두 달 동안 이미 9000억위안(약 154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의 관광대국도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산업이 초토화되는 모양새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관광산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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