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안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안전이 핵심 경영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뚫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다. 평상시에는 사업장 내 각종 사고나 화재, 화학물질 누출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 경영’에 힘쓰고 있다. 기업들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 사업장을 일정 기간 폐쇄해야 하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매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회사 임직원의 안전만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사와 고객, 지역사회 안전까지 챙기고 있다.
○코로나19 잡기 나선 기업들
국내 기업들은 임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산부 재택근무와 임직원 자가문진표 작성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자가문진표 작성제는 임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코로나19 위험지역 방문과 발열 여부 등을 묻고 점검하는 제도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매주 일요일마다 임직원에게 자가문진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진표에 답하지 않으면 출근할 때 사업장 출입구에서 대면 문진을 받아야 한다. 삼성은 사내식당에서 면역력 강화 특별식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 중인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 대구·경북에 사는 임직원의 양가 부모에게 격려 물품을 전달했다. 격려 물품은 손 소독제와 홍삼 등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보조식품, 간편식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됐다. 각 계열사 대표 명의의 격려 편지도 담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와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코로나19 사전 방역과 조속한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50억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한 게 대표적이다. 저소득층과 자가격리자를 위해 체온 측정기와 손 세정제, 마스크 등 예방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진을 위해 방역 물품 구입도 지원하고 있다.
중소 부품 협력사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매출 손실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위해 현대·기아차의 공장 가동률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북 지역에 있는 그룹 연수원 두 곳을 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도 했다. 병상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인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장소를 지원한 것이다.
○안전 확보 위해 CEO도 나선다
SK그룹은 각 사업장 및 관계사별로 다양한 안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화재 및 화학물질 누출 상황을 가정해 전사적인 비상대응훈련을 했다. 경북 영주공장에 근무하는 직원 전부와 인근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SK텔레콤은 보다 정교한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협업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행정안전부는 이동통신망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기존 수십㎞ 반경까지 설정하던 발송 범위를 수백m 단위로 촘촘하게 좁힐 수 있는 발송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신에게 직접 필요없는 재난 문자를 받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LG그룹도 안전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LG화학은 임직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정보기술(IT)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공장의 환경안전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사 차원의 대응을 위해 본사 조직의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했다. LG하우시스는 안전환경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LG전자는 매월 안전환경 이슈와 관리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는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안전기준도 마련했다. LG이노텍도 CEO 직속 안전환경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모든 임직원이 ‘안전의 날’ 행사에 참여해 안전환경 의식을 높이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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