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해운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 해운업계 5위인 흥아해운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해운사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BDI 4년 만에 최저치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운 업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벌크 화물 운임지수(BDI·1985년 1월=1000포인트)는 지난달 11일 411로 떨어져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전 고점이던 지난해 9월보다 83.7% 하락했다. BDI가 낮을수록 해운 업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초대형 화물선 운임을 반영하는 BDI케이프사이즈 지수가 1999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코로나19로 멈춰서면서 철광석, 원유, 곡물 등 원자재 수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11개 해운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을 반영하는 세계컨테이너지수(WCI)를 봐도 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평균 현물 운임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701달러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와 세계 경기 둔화로 해상 운송 수요가 줄었지만 해운선사들의 과잉투자로 해상 운송능력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노선은 아시아~유럽 노선이다. 상하이컨테이너화물지수(SCFI)에 따르면 이 노선의 화물 운임은 지난 10주간 82% 폭락했다. 20피트 컨테이너 운송료가 20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의 소렌 스코 최고경영자(CEO)도 연간 실적 전망에서 “지속적인 수요 감소와 과잉 운송능력으로 운임 급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아해운 워크아웃 신청
국내 해운사들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흥아해운은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금융기관 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흥아해운은 선복량 기준 현대상선 고려해운 SM상선 장금상선에 이은 국내 5위 해운사다. 1961년 창업한 뒤 1976년 국내 해운사 중 1호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동남아시아 항로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선복 과잉 공급으로 컨테이너선 시황이 악화하면서 2016년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력인 컨테이너 사업을 작년 12월 장금상선에 매각하는 등 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었지만 남아 있던 탱커선 사업도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여파로 악화하자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코로나19 영향으로 컨테이너 수송률이 급감한 탓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해운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항로도 먹구름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올해 1분기(1~3월) 유럽~아시아 항로의 운항 횟수가 지난해 1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 화물 운임지수가 이달 들어 600선을 회복했지만 예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럽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해운 업황은 더욱 어두워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다행히 저점을 찍고 반등했지만 미국~유럽 항로가 위축된 탓에 다시 운임지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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