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아반떼' 봄 신차 줄 섰는데…지갑은 '꽁꽁'

입력 2020-03-16 13:51   수정 2020-03-16 15:32


봄철 신차를 대거 선보이는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긴장하고 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봄철을 맞아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캐딜락은 이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T6를 출시한다. 17일에는 기아차가 중형 SUV인 4세대 신형 쏘렌토 판매를 시작하고 18일(현지시간)에는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인 7세대 신형 아반떼를 북미 시장에서 공개한다. 준대형 세단 제네시스 3세대 G80 출시도 준비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등장한 신차들도 적지 않다. 르노삼성은 XM3를, 도요타는 신형 프리우스를,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을 국내 선보였다. BMW도 뉴 2시리즈와 뉴 X3·뉴 X4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다. BMW는 오는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형 뉴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도 공개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봄철에 많은 신차를 선보인다. 갓 취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 먼 거리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봄철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등 첫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존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도 봄철 신차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발 부품 수급 대란을 극복했더니 수요 감소를 맞닥뜨렸다는 평가다. 지난달 중국에서 제조하는 배선뭉치(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기며 공장까지 멈췄던 완성차 업계 공장 가동률은 3월 들어 90%선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한 달 전(100.0)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9.6이었다. 자료 집계가 완료된 OECD 25개국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들이 앞으로의 경기와 고용동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휴업으로 인한 임금손실 등의 여파로 소비심리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차량 소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산차의 국내 판매는 9만8755대를 기록하며 2013년 2월 이후 6년 11개월 만에 1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2월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8만1064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전월 대비로는 17.9%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구매력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에 신차 판매가 급감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월 승용차 판매량은 22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1% 줄었다. 지난해 차 100대가 팔렸다면 올해는 13대만 팔린 셈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어 수요 감소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우려도 낳는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소비심리 위축과 판매 감소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또 "현대차가 지난해 순이익의 92%를 차지한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도 "무디스가 자동차수요 전망치를 -0.9%에서 -2.5%로 하향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수요 감소가 이유"라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중국 외 지역에서도 수요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부품사는 생존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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