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서비스업 매출 70% 증발…코로나發 '줄도산 위기'

입력 2020-03-16 17:34   수정 2020-03-17 00:23


“아예 씨가 말랐어요. 1주일에 100건씩 밀려오던 게 이젠 한두 건밖에 안 되니….”

당구장 소모품 제조업체 대표 A씨의 말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생산라인 확장을 생각했던 그였다. 중장년층 사이에 분 ‘당구 열풍’ 덕분이었다. 상황은 불과 한 달 사이에 급반전했다.

매출이 사실상 ‘0’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구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게 용품 소비 감소와 신규 주문 실종으로 이어졌다. 당구장 사장 커뮤니티인 ‘대당사’가 전국 100개 당구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절반에 가까운 42개 당구장이 5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스포츠산업이 ‘코로나발 집단 도산’ 위기에 처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최근 집계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관련 스포츠산업체 피해조사’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의 2월 평균 매출은 이미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인 업무’가 많은 회원권 판매 대행, 스포츠 교육, 스포츠 여행 등 서비스업 피해는 67.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포츠 여행업은 92.7% 급감했다.

10인 미만 영세업체가 95.1%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스포츠산업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의 연매출 규모는 7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10만1207개 기업 중 10인 미만의 ‘영세업자’ 비율은 95.1%에 달한다. 전체 43만5000명의 스포츠산업 종사자 대다수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들 중 연간 매출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6.4%에 불과하다. 작은 파도에도 버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스포츠산업의 ‘마중물’로 꼽히는 프로스포츠가 ‘올스톱’된 게 치명타를 날렸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로 꼽히는 ‘야구·축구·농구·배구’는 시즌 경기가 모두 중단됐거나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프로야구는 4월 개막을 목표로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프로축구도 개막을 미뤘고, 남녀프로농구와 남녀 배구는 시즌 도중 리그를 접었다. 4대 프로스포츠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큰 골프도 마찬가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이미 두 개 대회 취소를 확정했고, 나머지 대회도 취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야구응원용품과 구단 기념품을 공급해오던 한 이벤트업체 대표는 “판촉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매출이 없었으면 직원 세 명을 모두 진작에 정리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KLPGA 대회 운영 대행업체 일부는 이미 월급이 밀려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골프대회를 운영하는 한 스포츠매니지먼트사 임원은 “인력 공급, 시설물 제작·설치 업체 등 한 해에 3~4개의 대회로 먹고사는 영세 업체가 대다수”라며 “대회가 취소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아마추어 대회도 줄줄이 취소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작지 않다. 스포츠용품 소비 ‘일등공신’인 아마추어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개최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면서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하려던 전국소년체육대회와 다음달 전북 익산에서 열 예정이던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추어 동호인 비중이 높은 마라톤도 거의 모든 대회가 취소됐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로 인해 이미 지난달 대회를 열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1년 시작한 이 대회가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신보마라톤, 경기마라톤, 춘천호반마라톤, 인천마라톤 등도 전부 올해 대회를 건너뛴다. NH농협은행컵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도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전북 익산의 한 모텔 대표는 “전국 단위 대회는 고사하고 고만고만한 지역 체육대회까지 다 취소돼 예약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코로나19 여파로 피해가 극심한 스포츠산업 관련 기업을 위해 긴급히 2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 융자 ‘튼튼론’을 시행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번 특별융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원 감소, 휴업, 중국 수출 판로 중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포츠업계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운전자금 융자”라고 설명했다. 융자 한도는 1억~10억원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스포츠기업에 우선 배정한다. 금리는 기획재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계정 변동금리(1분기 기준)인 1.5%를 적용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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