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상서 빠진 시장조성자…"기관 특혜…공매도 악용" vs "거래 활성화 위해 예외 필요"

입력 2020-03-16 17:37   수정 2020-03-17 01:04

금융위원회가 국내 증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6개월 동안 금지하기로 한 뒤 이 같은 조치를 예외 적용받는 시장조성자(증권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를 통한 공매도는 기관의 악용 우려가 크다”며 시장조성자 공매도까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거래소 등은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성명을 내고 “6개월 공매도 금지 조치에는 반드시 시장조성자에 의한 공매도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그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 기관에 대한 특혜가 더 강하다는 게 한투연의 주장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시장조성자는) 거래세도 면제돼 지위를 이용한 빈번한 자전거래로 시세를 조종하거나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흔드는 무기로 활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거래 회전율과 거래량이 부족한 종목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6년부터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했다. 시장조성자가 된 증권사는 거래소와 계약에서 정한 범위(4~8틱·가격 단위) 내로 항상 매도·매수 호가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는 계약을 맺은 증권사 12곳이 시장조성자가 돼 호가를 공급한다. 시장조성자가 관리하는 종목은 666개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담당 관리종목에 대한 적정가격 호가를 항상 유지해 호가 공백에 따른 가격 급변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조성자는 거래소 업무 규정에 따라 공매도 제한 종목에 대해서도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소 측은 “시장 호가 조성을 위한 공매도는 투기적 공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가격 급등락을 완화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고, 시장관리자의 계좌도 특정돼 철저히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코로로19 확산으로 지난주 일부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도 시장조성자에 대해선 예외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도 시장조성자의 헤지 거래(위험 회피)를 위해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조성자는 매도와 매수 호가 간에 스프레드(가격 차이)를 이익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자기 위험으로 큰 포지션을 취하지 않는다”며 “공매도가 금지되면 증권사가 재고 주식을 처리하지 못해 시장 조성 기능 자체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금융당국이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의 예외 거래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라며 “정부가 전체 공매도 중 예외 거래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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