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가 핵융합 발전의 조건 중 하나인 초고온(1억 도) 플라즈마 운전을 8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16일 발표했다.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실험에서다.
핵융합발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돼 헬륨과 중성자를 내보내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만만찮다.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버틸 만한 용기가 필요해서다. 세계 각국은 초고온 플라즈마를 초저온 자기장 용기에 가둔 ‘토카막’이란 장비를 활용해 핵융합 실험을 하고 있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돼 이온화된 상태로 지구 밖 우주 전체 물질의 99%를 차지한다. 번개가 대기권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플라즈마로 꼽힌다.
수소 1㎏이 핵융합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1500억㎉로 원자력발전의 원료 우라늄235 1㎏이 핵분열할 때 내놓는 에너지 200억㎉의 7.5배다. 그러면서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핵융합을 ‘궁극의 친환경 발전’으로 부르는 이유다.
케이스타는 2018년 1억 도 플라즈마 운전 1.5초를 달성한 뒤 1년 만에 플라즈마 유지시간을 다섯 배 이상 늘렸다. 윤시우 핵융합연 케이스타연구센터장은 “영국 등 세계 주요국 핵융합연구장치 중 1억 도 이상의 플라즈마 상태를 5초 이상 유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스타의 최종 성능 목표는 3억 도 플라즈마를 영하 269도의 초저온 토카막 장치에서 300초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케이스타는 지난달까지 7개월간의 실험에서 플라즈마 8초 운전뿐 아니라 고성능 핵융합 운전 시나리오 개발, 플라즈마 붕괴 완화 등 80여 개 실험도 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2025년 프랑스 카다라슈에 들어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제작에 활용된다. 한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등 7개국이 ITER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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