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오늘은 김영익 서강대 교수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거시경제의 전문가, 그리고 중립적인 의견을 갖고 계신 여의도 애널리스트라는 평가를 제가 사전에 입수하고 모셨습니다.
▷김영익 교수
몇 년 전부터 2020년 상반기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 중국 주식을 사서 돈을 벌자는 주장을 해왔었죠.
▶허란 기자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경제 변수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면요? 팬데믹 상황에서의 경기 상황에 관심이 가긴 하거든요.
▷김영익 교수
거시경제 요인은 금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이 경기, 주가, 정부의 규제 등이죠. 하나씩 살펴보면 주택가격 방향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허란 기자
국내 경기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예측한다면요?
▷김영익 교수
우선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 상황을 말씀드리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2009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아마 허 기자님이 태어난 이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만큼 어려었는데요. 그 비슷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경제가 굉장히 취약한 상태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우니까 각국 정부가 과감한 재정정책, 통화정책을 써서 경기를 부양했어요. 부채가 너무 많이 증가했죠.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부채, 중국 등 신흥시장은 기업부채가 늘었어요. 한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는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났죠. 그래서 굉장히 경제 체질이 약화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요즘 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어요. 주식시장부터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금리가 낮다 보니까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에도 많이 대출해줬습니다. 미국도 회사채 발행이 작년 말 기준 6조5000억달러 정도 되는데요. 이게 너무 많거든요. 경기가 나빠지면 신용등급을 신용평가회사들이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런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서 신용경색이 일어나는 거죠. 세계 경제가, 지금은 금융시장이 먼저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만 올해 하반기나 내년 가서는 2009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경제를 말씀드리자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엔 43%였거든요. 세계 경제가 나쁘니까 수출도 나쁠 수밖에 없죠. 여기다 코로나19도 겹쳐서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기업심리도 위축되겠죠. 한국은행에서 매월 소비자 심리지수를 발표해요. 그런데 최근 3월 급락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라고 BSI라는 걸 발표하는데 이것도 급락했습니다. 내수와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도 작년 말쯤엔 2%를 봤는데 전망치가 다 하향되고 있습니다. 비관적으로 보는 곳은 1%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허란 기자
안 그래도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다시 수정해서 보내느라 바쁘더라고요.
▷김영익 교수
경기가 지난해 4분기엔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라는 게 있거든요. 작년 7월을 저점으로 올해 1월까지 올랐어요. 그걸 보고 회복되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꺾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허란 기자
코로나19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서 와르르 꺼질 수도 있나요?
▷김영익 교수
예. 저는 와르르 꺼지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미국 주가는 고점에서 20% 이상 떵러져서 베어마켓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냐면 미국 가계가 금융자산의 46%를 주식으로 갖고 있어요. 직접적으로 34%. 간접적으론 12%.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소비심리가 굉장히 빨리 위축되거든요. 그런데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예요. 한국은 48%인데. 미국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작년에 세계 경제에서 유일하게 좋은 나라가 미국이었어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올해 2월까지 역사상 가장 긴 128개월 동안의 확장 국면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인데 다른 나라가 다 안 좋은데 유일하게 좋았던 미국마저 안 좋으면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란 거죠.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시장 충격으로 서서히 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작년 한국 수출은 10% 감소했습니다. 수출만 보면 세계 경제의 어디가 좋은지 알 수 있어요. 유일하게 미국만 증가했습니다.
▶허란 기자
이번 공포의 근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양적완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 여기서 예측되는 경기위축 이런 것들인데요.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공포심을 갖게 될까, 조심조심 하면 병에 안 걸리듯이 다른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거든요.
▷김영익 교수
지금은 신용 문제거든요. 신용경색이 심하게 일어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2008년엔 미국이 금리를 5%에서 0%까지 내렸잖아요. 각국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지출을 늘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금리를 내릴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2007년엔 GDP 대비 60%였는데 지금은 105%거든요. 재정정책을 쓸 여지도 별로 없다는 거죠. 과거엔 경기가 나빠지고 과감한 재정, 통화정책으로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고 경제도 V자형으로 회복됐습니다. 지금은 그만큼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는 거죠.
▶허란 기자
거기에 글로벌 리더십도 약화 국면이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이 어찌될지 모르고 아베 신조 총리도 예전만 못 하고. 이런 상황에서 재정 패키지를 충분히 못 쓸 것이다?
▷김영익 교수
트럼프의 적은 미 의회라고 하죠. 트럼프가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게 의회를 통과해야 돼요. 미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 않습니까?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을 거란 거죠. 특히 선거 전엔.
▶허란 기자
그럼 적어도 당장 쓸 수 있는 정책 패키지는 없을 것이고 금융시장이 그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김영익 교수
네. 전세계적으로 문제는 뭐냐 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려면 소비가 늘어나고 수출이 늘어나고, 정부 지출도 늘어나야죠.
▶허란 기자
수요를 늘릴 방법은 사실 중국이 빨리 살아나서 전세계 여행을 다녀줘야 할 텐데. 코로나19 완전 종식 국면으로 가야 하는 거네요.
▷김영익 교수
수요가 늘어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소득이 너무 차별화가 됐어요. 최근 매킨지 보고서의 제목이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자식세대>예요. 역사적으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잘 살았거든요. 그런데 매킨지가 주요 선진국을 조사해 보니 자식 세대가 가난해지고 있단 거예요. 조사한 기간 동안 선진국 전체 GDP는 올랐는데 상위 1%, 10%만 많이 가져가고 평균적인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있단 거죠. 평균적인 가계의 소득이 늘어야 소비를 할 수 있는데 소득 차별화 때문에 수요 능력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거죠.
제가 생각한 건 초과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선 결국 기업 측면에서 구조정을 할 수밖에 없단 거죠. 저는 산업의 심화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안에 존재하는 기업 수는 줄어들 것이다, 라는 거죠. 이게 좋은 말로 구조조정입니다. 업계 측면에서 보면 그 과정에서 기업이 없어지고 근로자가 해고당하고, 상당히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허란 기자
경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점점… 저는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리세션을 극복할 수 있다, 안 갈 수 있다는 걸 듣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리세션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보시는 거죠?
▷김영익 교수
장기적으론 세계 경제가 성장하죠. 그런데 중간중간 이런 충격이 있었다는 거죠. 한국 국민소득을 보면 1994년 1만달러를 돌파하고 1997년 외환위기 겪고, 2006년 2만달러 돌파하고 2007년 금융위기를 겪었어요. 그리고 2017년 3만달러를 돌파했는데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줄었죠. 장기적으로 성장과정인데 중간중간 충격이 온다는 거죠. 멀리 보면 좋은 기회지만 단기적으론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거죠.
▶허란 기자
사람들이 궁금한 건 충격을 감내하지만 언제까지, 어느 변곡점까지이냐, 변곡점이 되는 건 선거냐 금리인하냐, 이런 것들이거든요.
▷김영익 교수
금융시장은 올해 충격을 받고 있고, 실물시장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물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진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허란 기자
몇 년 뒤엔 또 집값이 오를 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거든요.
▷김영익 교수
장기적으론 명목 GDP 성장률만큼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게 맞거든요. 지금은 아니지만 명목 GDP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될 시대가 있다고 봐요. 최근 놀라운 통계 중에 하나는 GDP 디플레이터라도 물가 수준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있습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건데요. 2018년 4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떨어졌습니다. 평균 0.8%. 5분기 연속 물가 수준이 떨어진 건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래서 2008년 이후로 보면 명목 GDP가 실질 GDP보다 낮아지고 있어요.
저는 이게 굉장히 불길한 조짐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자산 가격이 명목 GDP만큼 오르는 것은 적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명목 GDP가 감소한다면 생각이 바뀌어야겠죠.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익률도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6%였습니다. 작년엔 11%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명목 GDP 성장률도 똑같이 6%였어요. 그러니까 명목 GDP 성장률만큼 자산 가격이 오르는 건 합리적입니다. 그 이상 수익률을 내면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잘한 것이죠. 이 밑으로 나온다면 잘못한 것이고요.
앞으로 한국의 명목 GDP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당분간 2~3% 증가할 텐데 몇 년 지나고 나면 이마저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허란 기자
장기적인 추세가 될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김영익 교수
예. 추세가 될 거라고 봅니다.
▶허란 기자
일본 같은 경우는 20년 동안의 불황을 겪고 나서 아베 정권 들어 강력한 정책 패키지로 회복을 했잖아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아니면 한국의 경제 체질은 일본과 다를까요?
▷김영익 교수
일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수출의존도입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43%인데 일본은 1990년대 불황일 때 9%였습니다. 일본은 내수가 커요. 일본과의 차이점은 이 부분입니다. 세계 경제가 좋다면 한국은 불황에 빠질 필요가 없죠. 수출 비중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수출이 안 좋다면 일본보다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가계의 금융자산이 상당히 적습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통계를 보면 가계가 갖고 있는 금융자산이 부채에 비해 2.2배 정도입니다. 일본은 4.5배입니다. 한국 가계부채가 많죠? 만약 불황에 빠진다면 금융자산이 부채에 비해 적습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많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세계 경제 상황이 좋다면 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라면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두운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허란 기자
세계 경제에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반등하지 않을까요?
▷김영익 교수
일시적으로 반등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는 2~4개월 지나면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제 수준에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문제라고 말씀드리는 건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거죠. 세계가 너무나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요. 미국은 정부부채가 많죠, 중국은 기업부채가 많고, 인도도 기업부채가 심각합니다. 부채가 많으니까 이를 줄여야 다시 성장한다는 거죠.
▶허란 기자
부채를 줄인다는 건 사실 돈을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잖아요.
▷김영익 교수
돈을 갚든지, 부채가 늘어나는 수준보다 빠르게 경제성장을 해야죠.
▶허란 기자
경제성장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보통 신산업군이 등장해야 하는 거죠.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리스·구글)기업이 또 등장해야 해요.
▷김영익 교수
FANG기업 정도론 안 되고 더 큰 신산업이 등장해야 합니다. 시야가 문제거든요. 올해와 내년은 어렵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많은 기업이 없어지고 고통 뒤엔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좋아지는 시기는 V자형 반등은 아니라는 거죠.
▶허란 기자
이번엔 더 낮은 수준. 장기적으론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구조조정 하고 나면 어느 정도 반등할 수 있곘죠. 실직한 사람들, 자산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영익 교수
정부의 역할히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단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중앙은행 금리 0%까지 내리고, 나중에 헬리콥터머니까지 생각할 겁니다만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어요.
▶허란 기자
한국은 정책패키지를 쓸 여력이 남아 있지 않나요? 어느 정도 수준의 정책을 써야 불황을 막을 수 있을까요?
▷김영익 교수
정책으로 추이를 막을 순 없고 정도만 완화할 수 있는 거죠. 정부부채가 GDP 대비 41% 정도 되거든요. 공기업을 제외한 겁니다. 포함하면 80% 정도지만요. 한국은 아직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겁니다. 요약하자면 작년 7월부터 경기가 조금 회복되다가 내수도 나빠지고 수출도 나빠지니까 주택가격과 거의 같이 변동하는 동행지수순환변동,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나쁜데 어떻게 주가가 오르고 집값이 오르겠는가, 하는 거죠.
▶허란 기자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영익 서강대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허란 기자 촬영·편집 조민경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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