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서킷 브레이커와 함께 개장했습니다.
아침에 발표된 3월 엠파이어스테이트(뉴욕주) 제조업 지수는 전달 34.4에서 -21.5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습니다. △신규주문(22.1 → -9.3) △고용(6.6 → -1.5) △노동시간(-1 → -10.6) 등 모든 세부지수도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오후 3시15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까지는 다우지수는 하락폭을 1000포인트 후반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다우지수의 하락폭은 3000포인트가 넘어섰습니다. 결국 2997.10포인트(12.93%) 떨어진 20188.52로 마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이날 애플은 12%, 마이크로소프트가 14% 폭락했고 보잉은 24% 가량 추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요?
▶향후 15일간 10명 이상의 모임을 피하라
▶특정 지역이나 핫스팟에 대한 봉쇄를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은 아마도(Maybe)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
▶최악의 바이러스 아웃브레이크는 7월이나 8월 혹은 그 너머까지 갈수 있다.
▶주식시장은 알아서 스스로 챙길 것이다.(Market will take care of itself)
기자회견을 본 월가의 한 관계자는 "매시간 주가지수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는 스스로 돌볼 것이다'라고 말한 건 더이상 챙기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에 대해 매우 침착하다"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을 계기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이번 일이 상당기간 뉴욕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영업이 어려워진 미국 기업들은 줄줄이 자사주 매입을 취소하거나 중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갭, MGM 등에 이어 15일에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월가 8개 은행들이 모인 금융서비스포럼(FSF)에서 자사주 매입 중단을 일괄 발표했습니다.
유동성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자사주 사는 데 현금을 투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최소 2개 분기 이상 급감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S&P500 기업의 이익은 작년에 비해 최대 13%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사주 매입은 작년을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기업들이 발표한(이사회 승인 기준) 자사주매입 규모는 1220억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50% 가량 줄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린 지난 3년을 따져볼 때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해 미국 기업은 모두 73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샀습니다. 올해도 8000억달러 가량 매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대폭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 미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투자자는 기업과 외국인 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3조6000달러 어치를 샀고 외국인은 2000억달러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가계는 4000억달러 어치를 팔았고, 연기금은 1조5000억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매수 주체가 흔들리는 겁니다.
이날 미국 항공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AFA(Airlines for America)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업이 어려워져 정부로부터 500억달러 이상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250억달러 상당의 보조금과 250억달러의 무이자(혹은 저금리) 대출을 받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우리 항공사를 100%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등 70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는 항공사에게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항공사뿐이 아닙니다. 크루즈, 유통, 에너지 업계도 정부 지원이 시급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그동안 상당한 돈을 자사주 매입에 써왔다는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항공사는 2010~2019년 발생한 프리캐시플로우의 96%를 자사주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액수로는 125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벌써부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돈을 벌 때는 주주를 위해 자사주 사는데 펑펑 써버리더니, 사정이 어려워지니 정부에 세금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벌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안그래도 미 정치권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반감이 많았는데, 이번에 구제금융과 함께 이를 규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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