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안자산'이라던 비트코인, 열흘만에 '반토막' 왜

입력 2020-03-17 11:54   수정 2020-03-17 1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열흘 만에 반토막 났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열흘 전 고점 대비 최대 50%가량 폭락하며 기존 금융자산 이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한 대안으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자산이 유입되며 시세가 오르던 추세와 정반대 상황을 맞은 게 핵심 포인트다.

17일 기준 비트코인 시세(업비트 기준)는 670만원대 내외를 기록중이다. 지난 7일 비트코인 시세가 이달 최고점(1098만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0% 급락한 가격이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13일에는 548만원까지 폭락해 3월 최고점 대비 50%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가격이 오르는 등 기존 금융시장과 반대 움직임을 보여온 터라 금융위기를 맞으면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특히 올해 5월엔 4년마다 돌아오는 대형 호재인 '비트코인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가 있어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점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이 잇따랐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비트코인은 여타 금융자산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 움직임과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특성상 하락폭은 훨씬 크다. 코로나19 국면에선 그동안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탓에 관련 업계가 힘을 실어온 암호화폐의 '금융위기 대안자산'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시프 라자 크립토카눈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3000달러(약 371만원)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가 지속되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투자 상품을 포기하고 현금을 선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경제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었다면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폭락했다"고 꼬집었다.

단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 견해를 유지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에릭 부어히스 셰이프시프트 CEO는 "비트코인이 폭락한 것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항상 단기적이었다"면서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 도리어 비트코인이 진가를 발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일러 윙클보스 제미니 공동창업자도 이날 "비트코인은 전염병에 대한 헤지(hedge) 수단은 아니지만, 양적완화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헤지 수단"이라며 양적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트코인이 장기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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