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도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계획을 예정대로 착수한다.
17일 삼성전자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팹(FAB) 중국 시안 2공장에서 신규 라인을 가동, 스마트폰·PC·서버 등에서 데이터 저장장치로 활용되는 5세대 V-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본격 시작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올해 삼성전자 설비 투자는 1·2단계로 나눠 총 17조60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시안 2공장 낸드플래시 증설과 약 7조3000원억을 투자하는 평택 2공장 D램 증설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시안 2공장을 올초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키오시아(전 도시바메모리)·인텔 등의 추격이 거센 데다 중국도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낸드플래시 자급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만큼 코로나19 악재를 뚫은 이번 시안 2공장 일부 라인 완성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평택 2공장의 경우 공장 설립과 장비 투입 사이 중간단계인 클린룸 공사(필터를 설치해 미세입자를 제거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가동중인 공장들 역시 코로나19 타격을 최소화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안 1공장은 중국 내 코로나19가 크게 퍼진 지난 1~2월에도 100% 수준으로 가동됐다. 원자재 공급이나 물류 조달에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현지 정부와 협력해 곧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평택캠퍼스의 경우 P1 라인에서 생산중인 5세대 V낸드를 6세대 V낸드로 본격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성과가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갤럭시S20 울트라에 탑재되는 역대 최대 용량 16기가바이트(GB) 모바일 D램을 세계 최초로 본격 양했다. 16GB 모바일 D램 패키지는 풀HD급 영화(5GB) 약 9편 용량인 44GB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17일에는 노트북 수준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스마트폰용 메모리 512GB eUFS 3.1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 실적이 악화됐던 삼성전자지만 증권사는 올해 실적 반등을 점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원격·재택근무,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회복되며 가격이 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서버용 D램 가격 역시 지난해 바닥을 찍은 후 온라인 수요가 늘면서 올 들어 2.1% 이상 가격이 올랐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완제품 출하량이 줄면 모바일 D램은 수요 둔화가 예견되지만 서버 D램 호황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기 전반이 위축되는 영향을 감안해도 올해 삼성전자 실적 개선 방향성 자체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전망치)는 전년보다 44.10% 뛴 40조134억원에 이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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