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농기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1억달러를 돌파하며 농기계 분야에서도 ‘한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 집중 공략으로 수출 주문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 노력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트랙터로 북미 집중 공략
17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농기계업체들의 전체 수출은 총 11억3227만달러로, 전년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 농기계 수출은 2016년 8억2855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50마력 중소형 기종을 중심으로 한 트랙터 수출이 6억4033만달러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다.
한국 농기계 수출의 지속적인 성장은 대동공업, LS엠트론, 국제종합기계, 동양물산 등 국내 완성 농기계업체들이 북미 시장에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출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미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55.8%(수출액 6억3433만달러)에 달했다.
대동공업은 1993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해 ‘카이오티’라는 브랜드로 직접 영업망을 구축해왔다. 현지에서 6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현지법인을 설립해 북미 전역에 판매망을 확대한 것도 수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캐나다 수출은 2837만달러로 전년 대비 86.0% 증가했다.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블루오션’ 부상
지난해에는 시장 다변화의 성과도 있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수출은 1억2931만달러로 전년 대비 162.6% 늘어났다. 아프리카 앙골라 수출은 2852만달러로 135.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한·우즈베키스탄 농기계 연구개발(R&D) 센터’가 우즈베키스탄에 문을 열면서 시설 자재 수출이 증가했고, 대동공업이 ‘앙골라 농업기계화사업’을 추진하며 2018년부터 1억달러어치를 공급한 영향이 컸다.
독일 등 유럽 지역 수출은 2343만달러로 199.6% 늘어나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브랜슨’이라는 독자적인 수출 브랜드를 앞세운 국제종합기계가 5년 전 한국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농기계 부품센터를 독일에 설립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시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수출팀 이사는 “한국 농기계업체들이 동남아 농업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농기계를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엔 LS엠트론이 현지 업체와 공동으로 베트남 맞춤형 트랙터 모델 3종을 개발해 약 100대를 수출한 뒤 올해부터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미얀마에는 주요 완성 농기계업체들이 트랙터와 작업기를 중심으로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올해는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도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국제종합기계는 최근 승용제초기(제로턴모어)를 생산하는 미국 배드보이와 트랙터 OEM 공급 계약을 맺고 올해 소형 트랙터 7종을 연간 5000여 대 공급하기로 했다. 대동공업도 작년에 두산밥캣의 자회사인 클락이큅먼트와 중소형 트랙터 및 트랙터 파워트레인을 5년 동안 총 3만 대 공급하는 OEM 계약을 맺고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올해 한국 농기계 수출 목표를 12억3000만달러로 잡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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