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親) 조국 단체가 참여한 ‘시민을위하여’와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기로 했다. 기본소득당 등 원외 군소정당도 연합에 참여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에 맞서자”고 공동 결의했다.
민주당 “시간 촉박”
민주당은 17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원외 군소정당과 함께 비례대표 당선용 정당인 시민을위하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시민을위하여가 창당 등록과 정당교부증을 받은 유일한 플랫폼(1회용 정당)”이라며 “매우 촉박한 비례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했을 때 신속하고 질서 있는 비례정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을위하여는 4·15 총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민주당의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1회용 정당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서울대 교수인 우희종 시민을위하여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지난가을과 겨울, 저는 찬 바람 부는 서초동에서, 여의도에서 여러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섰다”며 “절대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 검찰이 언론과 유착해 적폐 청산의 촛불 시민들 염원을, 촛불로 만든 정부를, 그 정부의 제1호 공약을 드러내 놓고 짓밟고 모욕하는 현실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군소정당은 들러리?
민주당이 원외 군소정당을 들러리로 세우면서 사실상 ‘비례민주당’을 만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창당한 가자평화인권당은 위안부 및 강제 징용 피해자의 인권 정당으로 출범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0.1%의 득표율을 얻었다. 전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공약을 내건 기본소득당은 올 1월에 창당했다. 가자환경당, 시대전환은 각각 올 2월과 3월에 결성한 신생정당이다.
민주당은 이날 협약에서 문 대통령의 부당한 탄핵 추진에 맞서 참여 정당들과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소수정당에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배려하고 적폐 청산과 민주적 개혁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등의 협약사항에 서명했다.
“민중당과는 연합 못한다”
민주당은 당초 진보진영 원로 인사들이 꾸린 정치개혁연합과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시민을위하여와 최종 손을 잡은 것은 민중당, 녹색당 등 뜻이 맞지 않은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념 문제는 민중당을, 성소수자 문제는 녹색당을 각각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민중당은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신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민중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데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동성결혼 법제화를 추진하고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성소수자를 배치한 녹색당 역시 민주당은 ‘논쟁적’으로 판단했다.
윤 사무총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 일부가 헌법이 보장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에 신음하고 있다”며 “이것이 소모적인 일이냐”고 따졌다.
與, 의원꿔주기 작업 착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비례연합정당행(行) 설득에 나섰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앞 순번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6명 이상 현역 의원의 이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원 꿔주기’ 작업에 본격 나선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의원을 파견하는 것과 관련 “민주당이 당당하게 하면 된다”며 “기왕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건데 뭘 쭈뼛쭈뼛하느냐. 불출마하거나 경선에 낙선한 의원 중 지역구 분들이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정당을 겨냥해 “이름도 못 들어본 정당들”이라며 “위성정당이라는 말도 사치다. 그냥 민주당 주위의 궤도를 회전하는 조그만 암석덩어리”라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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