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상생 외치던 '광주형 일자리' 좌초위기, 왜?

입력 2020-03-19 08:31   수정 2020-03-19 08:33


한국노총이 오는 31일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식을 열 예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노사 상생과 사회 대타협 일자리를 기치로 내걸고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가 시작 전부터 좌초 위기에 처했다. 노사민정(勞使民政) 협의에 노동자 대표로 참가했던 한국노총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기존 자동차 업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시도됐다. 지난해 9월 운영 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설립됐고 공장 착공식도 열렸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1대 주주는 483억원(21%)을 투자한 재단법인 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이고 2대 주주는 437억원(19%)를 출자한 현대차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연 1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짓고 1000여 명을 고용해 2021년 하반기부터 현대차의 위탁을 받아 연간 7만대의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다. 처우는 주당 44시간 근무에 연봉은 3500만원 수준이며, 누적 생산 35만대 시점까지 임금 및 단체 협상은 유예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울산·군산·구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자리가 추진되고 있지만, 공장을 채 짓기도 전에 실패 위기에 빠졌다. 한국노총이 요구한 노동이사제, 임원 임금 상한제 등을 광주시가 수용하지 않자 협의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업계 평균 임금의 절반인 연봉 3500만원을 수용하며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관계 개선 시스템 구축, 임원 임금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현대차 추천이사 경질,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 5개안을 요구한 바 있다.

광주시와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차와 체결한 투자협약에 관련 내용이 없기에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노동이사제 등을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하청 관계 개선 역시 글로벌모터스에는 원·하청 관계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다. 글로벌모터스는 현대차에게 부품을 직접 공급받는다. 한국노총은 원·하청 관계 개선 요구가 현대차 협력사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결국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셈이다.

다만 광주시와 광주글로벌모터스도 노동계가 돌아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노사 상생 발전 협정 등 기존 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노총과 추가적인 대화는 하지 않고 있다. 공장이 지어지는 와중에 노사가 서로 등을 돌리고 평행선을 긋는 형국이 된 것. 광주시는 노동인권회관 건립, 노정협의회 사무국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광주시가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로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을 추천해 선임시킨 일도 비판이 제기된다. 박 전 시장은 재임기간 20억원 상당의 배임·횡령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그가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산 뒤 되팔아 현금을 챙기며 광주시에 손해를 끼쳤고 그렇게 확보한 현금을 생활비 등에 사용한 것도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치인인 박 전 시장에게 자동차 산업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비판을 샀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임단협 유예 등의 초기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계가 저임금 구조를 거부한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노총은 31일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식을 열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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