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학 연기…우유·급식업체·농가 '코로나 쇼크'

입력 2020-03-18 17:27   수정 2020-03-19 02:28

국내 학교 급식용 우유의 절반가량을 납품하는 서울우유 공장은 요즘 ‘멸균우유’를 생산하느라 바쁘다.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4개월. 일반 우유(2주)의 8배다. 초·중·고교 개학 연기로 남는 우유를 상품화하기 위해 짜낸 방안이다.

전국의 친환경 농산물 납품 업체들은 ‘눈물의 세일’을 시작했다. 학교 납품이 불가능해진 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개인 판매 사이트나 온라인 카페를 통해 판매에 나선 것. 이들뿐 아니다.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도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남는 우유는 분유로…멸균 전환도

젖소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한다. 공급은 늘었지만 먹을 사람은 사라졌다. 개학이 연기된 여파다. 팔지 못하고 쌓여 있는 원유 재고량은 현재 1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식 우유 시장은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각각 50%, 3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연세우유, 건국우유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자 우유업체들은 도매처나 할인점을 통해 팔아보려 하고 있지만 급식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급식 물량이 7~8%를 차지하는데,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우유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멸균 우유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해 건조시킨 탈지분유 제조에 나섰다. 1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여기에 물을 부으면 다시 우유(환원유)로 사용할 수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달 들어 매출이 평년보다 50억원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도 한계가 분명하다. 멸균유와 탈지분유는 포장 단가와 가공처리 비용이 냉장우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다.

친환경 급식 채소들 “팔 곳 없나요?”

농가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초·중·고와 특수학교가 사용하는 식품비는 연간 3조1172억원 규모다. 이 중 농산물 공급액은 9129억원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친환경 농산물은 급식 시장에만 약 5000억원어치가 공급되고 있다. 전체 친환경 농산물 시장(1조3600억원)의 약 40%를 학교 급식이 차지하는 셈이다. 친환경 농산물 농가 상당수가 그동안 학교 급식에만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전량 납품했기 때문에 별도의 판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청주의 한 친환경 농가 관계자는 “저장기간이 짧은 시금치 등 엽채류와 딸기 등 과일을 떨이로 마트에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대형 유통사가 나서 판로를 찾아주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1번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18일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기획해 내놨다. 3시간도 안 돼 3000세트 전량이 다 팔렸다. 양배추, 당근, 오이 등으로 구성된 ‘채소꾸러미’는 1만4900원으로 일반 농산물보다도 40% 싼 가격에 판매했다.

급식업체 “휴업에 휴직 권고”

학교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 식자재 유통회사와 급식 운영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학교 급식을 위한 입찰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학교 급식은 중소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물품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휴업을 고지하고 직원들에게는 휴직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을 통해 급식을 하다보니 마진율도 박한데 이마저 중단돼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급식 업체들은 방학이 줄어들어도 수업일수를 맞추고 급식 예산을 깎지 말아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 중소 급식업체 관계자는 “배달비 마진으로 겨우 인건비와 물류비를 맞추는 수준”이라며 “남은 식자재는 학교 급식 외에는 팔 곳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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