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벼랑끝 항공사 떠안겠다"…코로나에 국유화 선언

입력 2020-03-18 17:22   수정 2020-06-16 00:02

글로벌 산업계에 때아닌 국유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줄도산 우려가 커지자 각국 정부가 어려운 기업을 아예 직접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항공을 국유화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부도 우려가 있는 자국 대기업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을 포함한 자국 항공업계에 대규모 긴급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밤 알리탈리아를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 250억유로(약 34조3000억원)의 자금 투입 계획을 밝히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알리탈리아는 당초 1946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경영난을 겪으면서 민영화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2017년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인수자를 물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이탈리아 정부의 알리탈리아 인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항공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탈리아를 인수할 사업자를 계속 기다리는 것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이탈리아 정부가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알리탈리아에 3억유로(약 41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다른 나라 정부도 비슷한 조치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1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가운데 500억달러(약 62조2800억원)는 미 항공업계 지원에 쓰일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잉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강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항공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항공업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리스 존슨 총리와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정부에 75억파운드(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지난 15일 요청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원격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의 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까지 꺼낼 수 있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어떤 기업도 부도 위험에 빠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000억유로(약 411조7000억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16일 모든 민간병원과 의료 관련 기업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시설을 국가 주도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외신들은 글로벌 산업계에 국유화 바람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NN은 각국 정부의 국유화 행보를 어떤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백지수표’에 빗대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백지수표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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