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파트도 예외 없다"…'코로나·규제·공시가' 삼중고에 5억 '뚝'

입력 2020-03-19 10:15   수정 2020-03-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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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아파트 부촌인 반포 역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반포 일대는 지난해 '3.3㎡ 당 1억원 시대'를 열며 서울의 새로운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급매물이 급급매물까지 속출하고 있다. 최고가 대비 4억~5억원까지 빠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온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번에 공시가격까지 크게 오르면 세금 부담도 더욱 커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조정국면을 거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줄줄이 5억원씩 '뚝뚝'

19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매매가격이 최근 3개월 사이 5억원 넘게 떨어졌다. 이 단지 전용 113㎡(22층)는 지난달 2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17층 물건이 30억4000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5억3500만원이 하락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B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다주택자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보유 주택을 일부 정리하려고 가족 간 매매거래를 한 물건으로 알고 있다”며 “매매이지만 실질적으론 증여로 추정되는 거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매매라고는 하지만 증여 목적의 특수거래가 있다는 것.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줄이기 위해 한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는 정부의 강남권 고가 부동산시장 옥죄기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인근 ‘반포리체’ 아파트도 같은 시기 5억원 가량 내린 가격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2월 21억7000만원(5층)에 팔렸다. 신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거래(26억8000만원·10층)보다 5억1000만원 하락했다.

입주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반포힐스테이트’ 아파트도 크게 내렸다. 이 단지 전용 84㎡ 매물은 지난 12일 22억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10월 26억3000만원까지 올랐지만 4억원 가량 밀렸다.

이처럼 증여나 매매가를 크게 낮지 않는 이상은 거래가 어려워진 상태다.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던 ‘아크로리버파크’는 올해들어 거래가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대책이 나온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10건이 거래됐고, 최근에도 매물이 200여건이 나와있다. 그러나 매수세가 힘을 잃으면서 최고가 대비 3억~4억원 가량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6월 전 집 팔겠다"

반포 일대의 하락세를 두고 ‘강남불패’ 신화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 일대의 아파트는 대부분이 20억원을 넘는 초고가 단지들이다.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들이 밀집한데다 대단지가 많아 신흥부촌으로 여겨졌다.

다만 아파트값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다른 강남지역에 비해 상승이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가 상승하는 분위기에서 반포 일대의 아파트는 상승률이 더 높았다. 그만큼 최근 부정적인 이슈에 있어서도 낙폭을 키우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시장도 동반하락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반포는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올라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율을 1주택자는 종전 세율에서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각각 인상했다. 종전 200%였던 2주택자의 전년도 세부담 상한도 3주택자와 마찬가지로 3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새로운 세법이 아직 국회 통과 전이라 현행 세율대로 보유세를 계산하더라도 세금이 세부담 상한까지 늘어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작년보다 35.2% 오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5㎡는 보유세로 작년보다 529만5000원(47%) 늘어난 1652만5000원을 내야 한다. 도시지역분 재산세 영향을 제외하면 세부담 상한(1주택자 전년도 세액의 150%)까지 올랐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 보유자들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공시가격 만큼 보유세 부담도 커지게 된다.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매로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12·16대책에서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 대해 오는 6월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준 만큼 그 전에 매매를 노리는 다주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포 R공인 대표는 “보유세 기준일인 6월1일 전 5월 말까지 집을 팔겠다고 이야기하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다음달까지 시세보다 싼 매물이 몇 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 규제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매수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 거래가 쉽게 이루어질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혜원 / 김하나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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