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보면 급해지는 당신…임성재·박인비 '거북이 백스윙'이 해답

입력 2020-03-18 15:14   수정 2020-03-18 15:16


‘아이언맨’ 임성재(22)의 스윙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춰 있거나 느린 화면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1초가량 느리게 올리는 ‘거북이 백스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느려서 나쁜 스윙은 없다’는 얘기는 골프계의 오랜 정설. ‘골프 여제’ 박인비(32)가 브라질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을 때,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을 제패하며 ‘글로벌 강자’로 떠올랐을 때 공통점이 거북이 스윙이었다. 임성재는 지난 2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하며 또 한 명의 느림보 스윙 챔피언 탄생을 알렸다.


거북이 스윙으로 세계 제패한 태극 남매

임성재는 언제 공을 치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한없이 느리게 백스윙을 시작한다. 그는 가슴의 방향을 트는 것으로 스윙을 시작한다. 팔은 그저 몸통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간다. 스윙이 올바른 원을 그리기 위해선 셋업 자세가 정확해야 한다. 척추를 중심축으로 발·무릎·골반·상체가 제 위치에 있도록 한다.

백스윙 톱에서 임성재의 엉덩이 회전은 45도, 어깨 회전은 100도다. 임팩트 때 임성재의 오른 팔꿈치는 어드레스 때 자세와 비슷하게 굽어 있다. 손과 클럽이 만드는 황금 삼각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임성재는 연습 스윙을 할 때 이 삼각형이 유지되는지 매번 곁눈질로 확인한다.

오른팔은 공을 치고 나가면서 펴진다. 30㎝ 정도 클럽 페이스가 목표 방향으로 계속 볼을 치는 것처럼 밀고 나가는 것도 정확성을 높이는 비결이다. 손목 움직임이 적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정확성이 떨어져 고민하던 2016년에 느린 백스윙을 고안했다”며 “백스윙을 느리게 하면서 백스윙을 끝내기도 전에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지는 실수를 고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슬럼프를 해결하기 위해 백스윙 속도를 차분하게 다듬은 건 박인비도 마찬가지다. 박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리듬과 템포를 유지한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약 4년 동안의 침체기를 겪던 박인비는 스윙 템포를 늦추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핵심은 백스윙을 천천히 하는 것이다. 스윙은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템포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박인비의 지론이다. 백스윙을 천천히 해주면 이후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돼 전체 스윙의 리듬감이 좋아진다.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고 볼을 페이스 중심에 맞히기도 좋아 샷 거리도 늘어난다.


백스윙 톱의 위치는 차이

실제로 백스윙을 천천히 하면 몸의 회전 축이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스윙 플레인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럽 헤드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어 일정한 스윙 궤도를 만들 수 있다. 일정한 스윙 궤도는 타격 정확성으로 이어진다.

임성재와 박인비의 스윙이 똑같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인비는 손목 코킹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클럽을 치켜 올린다. 반면 임성재는 다른 골퍼처럼 정상 궤적을 유지한다. 박인비가 백스윙 톱에서 잠시 머무르는 반면 임성재는 멈춤 동작 없이 내려오는 것도 차이점이다. 임성재는 “스윙을 교정할 때는 백스윙 톱에서 멈췄지만, 익숙해진 뒤는 움직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상체로 엎어 치는 스윙이 고민이거나, 스윙이 빨라서 문제인 주말 골퍼라면 ‘거북이 스윙’을 참고할 만하다. 톱에서 1~3초 정도 멈췄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스톱 앤 고(stop & go)’ 연습도 유익하다. 둘 다 템포가 느린 게 특징. 백스윙이 잘 만들어지고 톱에서 여유를 찾으면 하체 리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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