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세계 4대 패션쇼가 파리 패션위크를 마지막으로 3월3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F/W 레디-투-웨어 시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전만큼 역동 차고 활기 있는 분위기는 끌지 못했는데. 특히 이탈리아는 2월 중순부터 빠르게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밀라노의 소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는 무관중 쇼로 진행해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일도 있었다.
패션위크 하면 각국 유명인사의 센슈얼한 스타일도 놓칠 수 없지만 코로나 포비아로 우리나라 스타뿐 아니라 많은 셀럽의 불참이 불가피했다. 모스키노는 밀리터리 룩의 사위 티, 해당 브랜드의 바이커 수트를 입은 욜란다 하디드가 초대되었다. 그의 딸인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 그리고 이번 패션위크 시즌 총 35개의 쇼에 오른 최소라가 모델로 섰다.
한편 발렌시아가는 청청패션의 벨라 하디드와 라텍스 룩의 킴 카다시안과 코트니 카다시안 자매가 함께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이런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위트있고 재치 넘치는 디자인을 선보여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있다. 바로 2월21일 밀라노에서 진행한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와 3월1일 파리에서 진행한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다. 이들은 디자이너 특유의 상상력을 입힌 노스텔지어 무드나 그로테스크한 콘셉트로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그들이 초연한 2020년 F/W 패션 양상을 소개한다.
Milan 2020 Fall RTW :: Moschino
모스키노를 이끄는 제레미 스캇은 매 시즌 기발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패션계의 괴짜로 명성이 자자한데 그는 추상적인 그래픽을 제시하기보다 패스트푸드, 바비인형, 만화 등 일상과 주위 사물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하는 혁신적인 브랜드 철학에 걸맞게 2020 S/S 패션쇼도 피카소 그림을 테마로 한 컬러풀한 아트 페인팅과 입체적인 악기, 팔레트 백들이 눈길을 끌기도. 대중을 위한 패션을 전개하고 있는 그는 밀라노 F/W 컬렉션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사물의 재구성력을 실감케 했다.
쾌락주의를 주제로 한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루이 16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모티브로 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귀족문화의 상징이었던 파딩게일과 벌룬 슬리브, 다이아몬드 네크라인과 보 칼라, 리프 스티치의 색사자수로 작은 포인트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프랑스풍의 로코코 스타일을 재현해낸 것. 여기에 테리우스와 캔디를 연상케 하는 만화 캐릭터를 믹스하면서 모스키노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했다.
왕족이라면 3단 플레이팅의 근사한 디저트는 기본.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함과 사치의 대명사로 시민들이 빵을 달라고 시위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나 과자를 먹으면 될 텐데”라는 독언을 일삼기도. 이번 역시 빠질 수 없는 음식 디자인의 드레스와 미니 백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 허기를 몰고 왔는데 후프 크기를 달리해 층층이 쌓은 파스텔 톤 케이크 드레스에 생크림으로 멋 낸 비주얼로써 시각적인 재미와 맛을 더했다.
Paris 2020 Fall RTW :: Balenciaga
2016년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로 임명되면서 보다 실험적이고 건설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간 정체되어있던 패션계가 거침없는 그의 행보와 함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그는 스트리트 패션의 흐름을 장악한 베트멍의 수장인 동시에 발렌시아가에서 해체주의에 근거한 창조적 결과물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그가 말하는 실용성은 성별, 체형,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웨어러블한 것으로 사이즈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과장된 실루엣을 추구한다.
그뿐 아니라 패션과 무관한 DHL, IKEA 등 브랜드 로고를 오마주함으로써 절대적인 권위를 깨뜨리는가 하면 일반인도 바로 입을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을 창조하며 나아가 프로 모델과 일반인 모델을 쇼에 번갈아 등장시키고 있다. 특히 파리 2020 F/W 컬렉션은 주제와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진지한 애티튜드로 흘러갔고 초현실적 문제를 공론화하며 특이점을 일으킨 것.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한 과제를 담은 이번 컬렉션은 칠흑같이 어두운 분위기와 범람하는 홍수를 연상케 하는 무대 장치, 매니악하고 미스테릭한 고스 룩으로 녹여내 전 지구적인 경고를 전했는데 흡사 뱀파이어 혹은 외계인을 형상화한 실루엣 자체만으로도 공포감을 조성하기 충분했다.
모든 드레싱 방법을 동원해 만든 올 블랙의 수도원 복장은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첨예한 파고다 숄더, 가죽 스커트와 퀼팅 플라워 드레스, 수백 개의 클립으로 장식된 상의, 스팽글 수트 등 기상천외한 하이패션을 제시했다. 또 실제 ‘발렌시아가’라는 구단이 있는 것 같이 어색함 없는 축구 유니폼과 세기말적 디자인의 바이크 수트로 재치를 더했다. (사진출처: 모스키노, 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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