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코로나19'에 다시 대통령 탄핵 움직임…시위 잇따라

입력 2020-03-19 10:07   수정 2020-03-19 10:10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사회적 동요가 커지면서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다시 촉발되는 중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친정부 시위를 선동한 데 이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근로시간 단축과 월급 삭감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도 브라질리아와 최대 도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에서 18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능을 비판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졌다.

브라질에서 '파넬라수(panelaco)'라고 불리는 냄비 시위는 중남미 지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위 형태다.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생활고를 호소하거나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정치적 행위다. 전날부터 시작된 냄비 시위는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계속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냄비 시위는 민주주의적 의사 표현 방식"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황은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지난 2018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를 열렬히 지지했던 우파 사회자유당(PSL)의 자나이나 파스코아우 상파울루 주의원은 지난 16일 "보우소나루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보건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 15일 친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수백 명의 지지자와 신체 접촉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데 대해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이 사람은 부통령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언론은 보우소나루가 집권 이후 보여온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행태를 거론하면서 보수 진영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날에는 수도 브라질리아에 지역구를 둔 중도좌파 정당 하원의원이 보우소나루 탄핵을 발의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상실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이 탄핵을 추진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며 가라앉혔으나 언제든 반(反)보우소나루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이래 탄핵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11번째라는 사실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비판의 상당 부분은 보우소나루가 자초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는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방역 현장에서 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보건부 장관에게 사실상 모든 것을 떠맡긴 채 대통령은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2016년 중반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의회 탄핵으로 물러났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이번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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