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수백억 드는 '코로나 백신'에 1억 지원하는 정부

입력 2020-03-22 13:17   수정 2020-03-22 15:28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백신 개발 지원금은 프로젝트 건당 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200억원이 드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도 4억8800만원의 지원금이 책정됐다.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8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국책과제 대상자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하고 1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액수다. 질본은 백신 개발 과제 2건에 대해 입찰을 받았다. 합성항원에 백신과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백신이다. 합성항원 백신에 1억원,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백신에는 1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에는 지원자가 없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개발 난이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정부 지원금으로는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 지원금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항원 부위를 선별하고 바이러스의 일부를 포함한 서브유닛 백신의 후보물질을 개발하게 된다. 후보물질을 발굴해서 전임상을 하기 전 단계까지만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비가 많이 드는 임상 전 단계이긴 하지만 연구에 속도를 내기엔 충분하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질본은 백신 외에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업체로 셀트리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4억8800만원을 지원한다. 셀트리온온은 항체 치료제 개발에 단기적으로 2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항체 연구팀 인력을 기존 5명에서 3배인 15명으로 늘리고 3교대 24시간 근무제로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만 가지고 개발이 힘들다"며 "향후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회사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 치료제와 백신은 단기간에 개발해야하는데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끝내려면 수백원의 비용이 든다. 수익성이 낮아 국제기구나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민간 기업이 개발하기 힘들다.

자체적으로 백신 개발 플랫폼과 기술을 회사들은 국제기구와 손을 잡거나 기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국제단체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20억 달러(2조여원)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회사인 제넥신은 코로나19 DNA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 대학 등과 손잡았다. 한국계 과학자 조셉 김 박사가 세운 이노비오는 CEPI로부터 900만 달러,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500만 달러 등 1400만 달러(약 180억원)의 지원을 받고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국가 간 패권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백신 회사 큐어백에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대가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의 긴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해 정부가 연구비 지원금을 확대하고 임상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다른 나라처럼 정부가 민간 개발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민관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개발과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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