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3.7%(3월 17일 기준)의 평가손실을 봤다. 만기와 매입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달 들어서만 평균 10%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 우려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흥국 채권은 환율 변동에 따른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달 말 달러당 4.47헤알이던 헤알·달러 환율은 이달 17일 5.04헤알로 12.8% 급등했다(헤알화 가치 하락). 여기에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도 8.6% 하락하며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브라질 정부는 환율보다 내수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표시 국채 등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을 방어해야 할 때 나온 이번 결정이 브라질 금융시장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금리도 반등(채권 가격 하락)하며 손실을 키웠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부터 자금이 회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이달 들어 17.3% 급락했다. 미국계 자금 의존도가 높아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타격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시장이 흔들리고 유가가 하락하면 페소화도 함께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만큼 단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는 유가 급락으로 디폴트(국가 부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지키던 국제 유가는 2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국내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국채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주요 7개 증권사 합계)에 달한다. 통화가치가 10%만 떨어져도 7800억원의 투자금을 날리게 된다.
당장 채권시장이 반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신흥국 통화가치 바닥을 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바닥을 잡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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