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 총장(61·사진)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40년 넘게 축적한 방송대의 온라인 강의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원격 대학인 방송대는 올해 750여 개의 전공 및 교양 강좌를 희망하는 대학에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대학들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류 총장은 “각 대학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송대 영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며 “벌써 60여 개 대학에서 문의가 왔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방송대는 강의 영상만 제공하고, 학생 평가 방식과 학점 인정 등 학사 관리는 각 대학이 맡는다.
방송대가 자랑하는 온라인 강의 노하우도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류 총장은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을 단순히 찍어 올리는 게 온라인 강의의 전부가 아니다”며 “방송대는 영상 제작 과정에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이 함께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강의에 적합한 콘텐츠 구상부터 편집, 분장, 의상까지 다양한 노하우를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취임한 류 총장은 최초의 방송대 출신 총장이다. 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뒤늦게 방송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충남대에서 농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9년 방송대 농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대학가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류 총장의 주장이다. 주요 대학들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위한 인프라와 인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되고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총장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네르바스쿨 등 해외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을 통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온라인 강의가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 교육당국이 적극 지원에 나서야 국내 대학도 발맞춰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총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온라인 학습을 먼저 시행한 뒤, 오프라인 수업에서 교수와 학생이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방식(flipped learning)’ 강의를 확대하거나 수학·과학·외국어 등 공통과목은 온라인 강의로 제작해 공유하고 각 대학은 심화과목에 집중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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