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진원지인 중국과 가까워 경계 태세를 조기에 끌어올린 덕분에 한동안 증가세가 잠잠했다. 그러나 최근 종교 모임과 해외 유입 등으로 '2차 웨이브'가 나타나고 있다.
20일 아시아 주요국 코로나19 현황 (단위:명) 국가 확진 증가 사망 증가 인구 말레이시아 900 110 2 - 3236만 파키스탄 454 147 2 - 2억2089만 싱가포르 345 32 - - 585만 인도네시아 309 81 25 6 2억7352만 태국 272 60 1 - 6979만 필리핀 217 15 17 - 1억958만 홍콩 208 15 17 - 749만 인도 195 25 4 1 13억3800만 대만 108 8 1 - 2381만 베트남 85 9 - - 9733만 브루나이 73 5 - - 43만
20일 현재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9일 하루 만에 110명이 늘어나 900명이 됐다. 말레이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추가된 환자 가운데 63명이 2월28일~3월1일 수도 쿠알라룸푸르 스리의 한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부흥 집회 관련자들이다.
이 행사 참석자 1만6000여명 가운데 말레이시아인 1만여명이 그동안 역학조사를 받았다. 참석자와 접촉자 5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8일부터 31일까지 2주 동안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와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 등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국방부는 이동제한 명령 준수율이 70% 아래로 떨어지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종교, 스포츠, 문화 활동을 포함한 단체 활동이나 모임을 전국적으로 금지했고, 필수서비스를 제외한 정부 기관과 개인 소유 사업장을 모두 폐쇄했다. 식당은 테이크아웃과 배달만 허용되고, 호텔들은 새로운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고향에 가거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슈퍼마켓에서 쇼핑하거나,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라고 이동제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다"며 "2주 동안 제발 그냥 집에 있어 달라"고 호소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2억7352만명)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9명으로 늘고, 사망자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25명을 기록하자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검사를 받은 사람이 1600여명에 불과해 진단키트 등 의료용품 확보는 물론 '봉쇄'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종교 관련 대규모 감염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구 87%가 이슬람 신자다. 남성 이슬람 신자는 금요일 합동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인데, 워낙 많은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기도하다 보니 감염 우려가 크다.
인구 1억1000만에 육박하는 필리핀은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다시 늘어나자 수도 마닐라를 중심으로 봉쇄령을 내렸다.
필리핀에선 19일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5명 발생해 총 217명으로 늘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도 메트로 마닐라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천700만명이 거주하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을 통째로 봉쇄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19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3.25%로 0.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한 달 만에 또 큰 폭으로 내렸다.
남아시아에선 이란과 근접한 파키스탄에서 감염자가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데다(2억2089만·세계 5위)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준 파키스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54명으로 전날보다 147명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이란에서 최근 순례객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확진자가 며칠째 급증하는 추세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봉쇄 조치를 할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없어 코로나19 확산은 불가피하다"며 시민들에 공포심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웃나라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95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외출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오는 22일에 자발적 '공공 통행 금지'를 실시, 하루 동안 모든 국민이 집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인구 세계 2위(13억3800만명)의 인도는 외국인 입국 사실상 금지, 국제선 착륙 1주간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도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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