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세 꺾여 일단 '숨통'…"통화스와프가 근본 처방은 못돼"

입력 2020-03-20 17:28   수정 2020-03-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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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패닉) 상태에 빠졌던 한국 금융시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한숨을 돌렸다. 통화스와프 체결로 최근 금융시장에서 불거진 ‘달러가뭄’이 해소되고 시장에 퍼진 불안심리도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위기 극복에 상당히 기여한 전례도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금융부문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2008년과 달리 지금은 실물경제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 유동성 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시장 역시 재차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시장 모처럼 기지개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20전 내린(원화가치 상승) 달러당 1246원5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하락폭은 2009년 4월 30일(58원70전) 후 가장 컸다. 원화가치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는 뜻이다. 주식시장도 열흘 만에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08.51포인트(7.44%) 오른 1566.15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1989억원, 3082억원어치 쌍끌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밀어올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5847억원 순매도하면서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전날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세계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을 팔고 달러 매수에 나섰다. 원화·주식 가치가 폭락한 배경이다. 하지만 전날 밤 10시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 이날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됐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계약서 작성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로 투자자들이 안도하고 불안심리가 적잖게 해소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일 SNS를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금융시장에 퍼진 불안심리 일부를 걷어내겠지만 코로나19로 위축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8년에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2008년 신흥국 가운데 한국이 미국 통화스와프 체결 상대국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계약 효과도 컸다”며 “당시 위기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불거졌고, 한국은 그에 맞게 달러를 조달하면서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는 위기를 촉발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정책 수단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세계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세계 수출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소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수출에 적잖게 의존하는 한국이 받을 충격은 유독 클 전망이다. 같은 이유에서 이날 JP모간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0.8%로 낮췄다. 실물경제가 흔들리고 있어 잠시 안정을 되찾은 금융시장도 재차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2008년 통화스와프 사례를 고려할 때 원화가치는 장기적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오름세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30일 통화스와프 체결일에 전날보다 무려 177원 떨어진 125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20여일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경기침체와 신용리스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날 안정을 되찾은 원화가치가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고경봉/김기만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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