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한 달간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사진)의 문을 닫는다고 20일 발표했다. 워커힐호텔은 5성급인 ‘그랜드워커힐’, 상위 단계인 럭셔리 등급의 ‘비스타워커힐’, 빌라 형태의 ‘더글라스하우스’ 세 곳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객실 수가 412실로 가장 많은 그랜드워커힐 문을 닫기로 했다.
워커힐 측은 휴업 이유를 “직원과 고객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방문객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랜드워커힐 문을 닫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고 밀집도가 낮은 비스타워커힐과 더글라스하우스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워커힐은 또 휴업 기간에 직원 절반이 돌아가며 근무하는 2부제 근무를 하기로 했다. 휴업한 그랜드워커힐 객실은 추가 방역 조치가 이뤄진다. 그랜드워커힐의 휴업 기간에 예약한 사람은 상위 등급인 비스타워커힐로 객실을 옮겨주거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취소해주기로 했다.
호텔업계에선 워커힐호텔이 급격히 악화된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호텔산업은 붕괴 직전이다. 서울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명동, 강남 지역 호텔조차 이달 들어 객실 점유율이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형 호텔은 자금난에 폐업을 하거나 휴업에 들어갔다. 호텔리어들 사이에선 부도 가능성이 높은 호텔 수십 곳의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워커힐 같은 대형 호텔은 객실 ‘할인 판매’를 통해 그나마 버텼다. ‘반값’ 수준에 객실을 내놓거나 식사를 포함해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손님을 끌었다. 그랜드워커힐은 평소 30만원 안팎 하던 객실을 10만원대 초반까지 최근 내렸다. 하지만 이런 할인 판매마저 잘 되지 않자 결국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인건비 비중이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휴업을 통한 사실상의 직원 감축을 마지막 카드로 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워커힐뿐 아니라 다른 호텔들의 연쇄 휴업과 폐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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