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CP 등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실태를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여섯 곳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와 함께 단기금융시장 점검에 나선 것은 ELS가 금융시스템 불안을 증폭할 ‘뇌관’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해당 지수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하면서 위험 회피(헤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한다. 손실이나 이익을 외국계 증권사 등에 넘기는 ‘백투백 헤지’, 파생상품 직접 투자 등의 방식으로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자체 헤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대형사일수록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ELS 기초지수가 급락하자 자체 헤지 목적의 해외 파생상품 계약에서 더 많은 증거금을 내야 하는 마진콜이 대거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에는 하루 1조원이 넘는 마진콜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CP나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 등을 시장에 내다 팔며 달러 확보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보유 단기채권을 쏟아내자 금리가 급등하는 등 단기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 위축 현상도 나타났다.
CP는 지난 19일 기준 91일물 금리가 연 1.434%로 지난달 말 대비 0.254%포인트 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들어 34% 폭락한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로 ELS를 발행한 증권사들이 단기 유동성 확보와 외화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지수 ELS 미상환 규모는 지난달 말 41조원이 넘는다. 삼성증권(6조3000억원), 한투증권(5조7000억원), 미래에셋대우(5조1000억원) 등 세 곳은 각각 5조원 이상이다.
자체 헤지에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한 일부 증권사는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7.44% 상승한 데 힘입어 상당수 증권주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한투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5.61%)와 삼성증권(-2.05%)은 하락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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