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그룹 경영권을 둔 ‘남매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까지 튀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연합’이 수탁위원인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의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에 허 교수는 곧바로 ”학자로서의 전문성으로 모든 일에 임해왔을 뿐 이해상충이 될만한 어떠한 일도 한 적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20일 3자 연합은 ‘국민연금 등 한진칼 투자자들에게 드리는 말씀’ 자료를 통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중 허희영 교수은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이해 상충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은 “허 위원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해왔다”며 “허 교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의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허 교수는 이날 오후 곧바로 ‘한진칼 주주연합의 문제 제기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허 교수는 먼저 정석인하학원 소속 교수로서 이해상충이 우려된다는 3자 연합의 주장에 대해 “대학의 교수활동은 소속 재단으로부터 일체의 교육과 연구, 사회활동에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사용자 추천으로 수탁위에 참여하게 된 저는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작년 3월 대한항공의 조양호 대표이사의 연임안에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했던 국민연금 책임투자위원회에는 같은 재단 소속의 인하대 경영학과 김종대 교수가 참여한 바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원해 회장을 지지해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강하게 부정했다. 허 교수는 “최근까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기간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경영참여를 비판한 칼럼, 인터뷰와 토론을 한 바는 있지만 조원태 회장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다”며 “항공산업 전문가로서 분석 의견을 낸 것이지 특정 개인의 편을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단 및 대한항공으로부터 이해상충이 될 만한 연구과제, 컨설팅, 경영자문 등을 수행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의 이해상충 문제는 지난 19일 열렸던 수탁위에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수탁위는 허 교수가 한진칼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는데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3자 연합이 문제를 제기한 허 교수는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로 항공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항공대는 한진그룹 산하 정석인하학원 소속이다. 허 교수는 지난 2월 경영계 추천을 받아 새롭게 꾸려진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에 선임됐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주요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등 주주활동을 자체 결정하는 기구다. 수탁위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회의를 열어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약 2.9%로 크지 않지만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만큼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자 연합이 수탁위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표대결이 박빙이라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의안분석 기관인 KCG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미국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3자 연합에서 수탁위가 조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낮추고자 이번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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