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증 피해가 확산됐던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이 울상이다. 일명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중 대표 지역으로 꼽히며 지난해 말까지 지방 주택시장 반등을 이끌었지만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아파트값도 덩달아 떨어졌다.
◆'대구의 강남' 수성구 아파트도 털썩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범어SK뷰’ 전용 84㎡(3층)는 지난달 8억97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말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16층 물건이 10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일주일도 채 안돼 가격이 1억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이 단지는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에서도 입지가 좋은 단지로 여겨진다. 인근에 경신중·고 등 대구에서 손꼽히는 학군과 학원가가 몰려 있다. 이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T공인 대표는 “경신고 옆에 있는 단지로 학군이 워낙 좋아 어지간해서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데 매도가 급해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온 듯 하다”고 전했다.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아파트도 최대 1억여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 4단지 전용 84㎡는 작년 11월에는 6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찍었으나 지난달엔 5억3500만원에, 이달 초엔 5억6000만원에 각각 새주인을 찾았다. 이 단지 맞은편의 ‘힐스테이트황금동’ 역시 지난달 7억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작년 말 신고가(8억2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내렸다.
대구지역 아파트값 하락세는 통계로도 감지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 16일 조사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견줘 0.05% 떨어졌다. 이달 초 하락 전환한 후 3주 연속 하락폭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9일 조사에서 0.03% 하락한 이후 약 5개월(25주) 만에 처음이다.
◆분양시장도 얼음
대구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거래량 자체도 크게 줄었다. 중개업소를 찾는 방문객이 크게 줄고 매수자와 매도인 모두 대면 거래를 꺼리면서 주택과 관련한 매매 행위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아파트가 거래된 건수는 1273건에 불과했다. 확진자 발생 전 약 한달 간 거래건수가 3485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거래가 63% 넘게 감소한 셈이다.
수성구 T중개업소 대표는 “매매를 하려면 일단 집을 봐야할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집주인들이 낯선 사람을 선뜻 집에 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가뜩이나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수성구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전염병 공포까지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힐스테이트도원센트럴, 다사역금호어울림, 중동 푸르지오, 황금동 주상복합 등이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일정이 연기된 끝에 사이버로 대체하거나, 아예 총선 뒤로 미루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델하우스 개관 등 사전영업 자체가 힘들어 대부분 분양 일정들이 뒤로 밀렸다”며 “분양이 미뤄지면서 홍보 비용이나 모델하우스 임대 비용이 늘어나는 등 손해가 막심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상할 수가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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