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노총, 한국노총 그리고 제1노총

입력 2020-03-22 11:05   수정 2020-03-22 11:27



지난 18일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주체 초청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는 물론 경영계, 노동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영세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재난생계소득 지원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경영계를 향해 "사내유보금 출연과 총고용 보장 등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발언 말미에는 코로나19 연대기금 추진 등 양대 노총이 함께 사회적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참석했다. 하지만 발언 내용은 민주노총과 결이 좀 달랐다. 재난생계소득이나 대기업에 대한 사내유보금 출연 요구는 없었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시기 한국사회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사회적 약자가 더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방식을 강요하며 극복해왔다"며 "위기 극복의 목표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 제목이 경제주체 초청 회의인데, 주체라 하면 권리 행사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져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기꺼이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두 노총 위원장의 발언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민주노총은 정부와 기업이라는 다른 주체의 책임을, 한국노총은 스스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비슷한 장면은 이달 초에도 있었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일 약속이라도 한듯 코로나 사태와 관련 긴급산별대표자회의(민주노총)와 긴급회원조합대표자회의(한국노총)를 열었다. 회의 직후 두 노총은 각각 코로나 사태로 인한 현장피해 사례를 수집해 대정부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노총의 강조점은 달랐다. 민주노총은 특별대응팀을 꾸려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근로자 피해 상황을 추려 대정부 요구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대구·경북지역 지원을 위해 산별 조직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두 노총의 행보가 표현만 달랐을 수도 있다. 민주노총의 표현이 직선적인 반면 한국노총은 정무적이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조합원 이익을 우선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노동조합 존립의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기업,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까지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을 걱정하는 미증유의 위기다. 민주노총 행보가 아쉽다는 지적이 노동계 내에서도 나온다. 내 것부터 먼저 내놓겠다는 한국노총의 잇단 결의가 더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정부 공식집계로는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된 '대한민국 대표 노동단체'다.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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