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81-1호 채권(액면가 1만원)은 지난 20일 장내채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380원(14%) 떨어진 8500원에 팔렸다. 이달 초 1만70원대에서 가격이 떨어져 9000원 선마저 깨졌다. 오는 8월 만기 때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일부 개인투자자가 10% 이상 손실을 감수하고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마찬가지다. 2018년 발행한 ‘색동이21차’ 발행 물량 등 10개 안팎 종목의 손절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대규모 ABS를 발행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회사채 펀드매니저는 “항공사 채권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보다 위험 성향이 강한 개인과 중소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투자자가 보유 물량을 대거 처분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항공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ABS를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으로 꼽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현재 미상환 회사채와 ABS 잔액은 각각 약 4조300억원과 1조92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6700억원과 8500억원가량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6000억원 규모 ABS를 새로 발행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발행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례적으로 25곳 안팎에 달하는 증권사를 인수단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ABS 발행에 실패하면 전체 회사채 시장에 큰 충격을 미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