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보다는 ‘손품’이 대세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 번만 하면 현관문 앞으로 짜장면 한 그릇이 오고, 내일 입을 옷 한 벌이 도착한다. 빠르게 소비자들의 일상에 파고든 모바일 커머스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을 합쳐 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트렌드와 맞물려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2019 모바일 콘텐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4조7825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4조1623억원)보다 14.9% 증가했다. 국내 O2O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2조6931억원) 대비 23.2% 늘어나 올해 3조317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모바일 콘텐츠산업에서 모바일 커머스 시장과 O2O 서비스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6.3%에 달했다.
배송 속도로 차별화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2010년대 초 SNS 기반 온라인 커머스인 소셜커머스에서 시작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이들은 오픈마켓, 신선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종합 커머스 업체로 변신했다.
포털은 물론 대형 오프라인 기업도 대거 뛰어들면서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네이버는 소상공인 위주의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 이용자를 공동 구매 서비스 ‘톡딜’로 유도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와 같은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삼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에 특화한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쿠팡은 2014년 자체 차량을 활용한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내놨다. 쿠팡이 우위를 점한 시장에 틈새를 노린 스타트업도 나왔다. 2015년 컬리가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 ‘샛별배송’을 시작하면서 SSG닷컴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프레시 등 비슷한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했다.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노린 패션 커머스 스타트업도 나타났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무신사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판 신발과 ‘희귀템’ 패션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1020세대의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했다. 또래들의 패션 정보를 SNS 형식으로 제공하는 스타일쉐어도 차기 유니콘기업으로 꼽힌다.
O2O 유니콘기업의 급성장
국내 O2O 서비스 시장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음식배달, 숙박, 택시 호출 등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가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O2O 서비스의 대표주자이자 유니콘기업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야놀자가 지난해 매출 급성장을 일궈내 주목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이 5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2015년 495억원(개별 기준)과 단순 비교하면 4년 만에 11배 이상 성장했다. 야놀자는 2019년 국내 매출 2700억원에 글로벌 매출 300억원을 더해 매출 3000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에 가장 밀접한 교통에선 카카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부터 대리운전, 주차, 전기자전거까지 한데 모은 모빌리티(이동수단) 앱 카카오T를 운영하고 있다. 앱에서 열차 승차권을 판매하고 철도역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에 이어 자율주행차 운행에도 시동을 거는 등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귀찮은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O2O 서비스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커가고 있다. 청소연구소, 대리주부, 미소 등이 가사도우미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런드리고, 세탁특공대와 같은 세탁 O2O 스타트업은 집 앞에 빨랫감을 두고 앱으로 부르면 이를 수거해 24시간 안에 깨끗한 세탁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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