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주간의 여정을 마친‘본 대로 말하라’가 어둠에 잠식되지 않고 끝까지 싸운 형사 장혁, 최수영, 진서연의 이야기로 끝을 모르는 여운을 남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OCN 토일 오리지널 ‘본 대로 말하라’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4.4% 최고 5.0%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OCN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에서도 평균 3.2%, 최고 3.6%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방송에서는 먼저 오현재(장혁)와 ‘그놈’ 강동식(음문석)의 ‘붉은 실’이 밝혀졌다. ‘그놈’은 초등학교 시절, 범죄심리분석관 오현재의 직업 탐구 수업을 통해 “살인자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움직이게 돼있는 것”, 즉 “원래 그렇게 태어났던 것”이란 답을 얻었다. 자신이 살인하는 이유의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 같았을 터. 현재에게 “네가 나를 창조 한 거야”라며 집착한 이유였다.
현재는 그렇게 자신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그놈’을 아지트에 데려왔다. ‘그놈’이 살해한 피해자들이 겪은 잔인한 고통을 직접 느끼게 만드는 것, ‘그놈’이 죽이고 싶은 한 사람으로 옛 이름 ‘김요한’을 스스로 지목하게 하는 것이 현재가 준비한 개인적 복수였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이 ‘그놈’의 죽음은 아니었다. 차수영(최수영)의 말대로, 그에겐 “어둠에 잠식되지 않으려,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동식에게 수갑을 채우는 건 수영의 몫으로 남긴 채, 현재는 또다시 사라졌다.
‘그놈’이 깨운 왼손잡이 살인마 주사강(윤종석)과의 사투로 치명적인 자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황팀장(진서연)은 양형사(류승수)의 납골당을 찾았다. “적어도 형한텐 부끄럽지 않게 살 거야, 지켜봐줘”라며 경찰공무원증을 남긴 채, 그녀 역시 떠났다. 현재와 황팀장에게 “좋은 형사가 될 거다”라고 인정을 받았던 수영은 1년 후, 또 다른 잔인한 살인마를 망설임 없이 제압할 수 있는 어엿한 2년차 광수대 형사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현재와 연결된 리시버를 보며 미소 짓는 수영의 엔딩은 어디선가 현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렇게 깊고 진한 잔상을 남기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한 ‘본 대로 말하라’가 장르물의 역사에 찍은 새로운 방점을 정리해봤다.
#1. 장르물의 명가 OCN이 만들어낸 결이 다른 서스펜스 스릴러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사건 현장을 본 대로 모두 기억하는 신참 형사가 모든 것을 잃은 천재 프로파일러의 눈이 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특별한 공조가 시청자들의 오감을 사로잡은 것. 하지만 현재의 휠체어와 선글라스가 ‘그놈’을 끌어들이기 위한 속임수였고, ‘그놈’은 순박한 시골 순경 강동식이었다는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는 기존 장르물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최종 빌런을 잡기 위한 주인공들의 목적이 달랐고, 그 욕망은 또 다른 수싸움과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장면마저 중요한 복선으로 되돌아오게 만든 촘촘한 구성과 서사를 긴장감 넘치게 연출한 김상호, 장양호 감독의 디테일, 그리고 여기에 완성도를 더한 김홍선 크리에이터의 노련함은 장르물의 명가 OCN이 또 다시 결이 다른 서스펜스 스릴러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2. “믿고 본다”를 입증한 배우들의 열연.
이처럼 기존 장르물과 차별화된 ‘본 대로 말하라’에는 특히나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많았고, 각각의 인물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들의 열연이 이를 완성했다. 오랜만에 장르물로 돌아온 장혁은 ‘역시는 역시다’를 입증했다. 전반부 스스로를 위장한 채 무표정한 대사만으로 ‘현재’란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장혁은 카리스마만으로도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압도했다. 그의 전매특허 액션을 보지 못할 것이란 시청자들의 실망어린 예상을 깨고, 반전이 드러난 이후부터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액션 장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했다.
어딘가 좀 서툴고, 자신감이 없어 말끝조차 흐리던 시골 순경 수영이 매회 변화와 성장을 거듭한 것처럼, 장르물에 첫 도전한 최수영 역시 믿고 보는 배우의 대열에 올랐다. 외모도 내려놓고, 대충 묶은 머리에 아버지가 입을 법한 스타일링으로 캐릭터를 구축했고, 언제 어디서나 열연을 펼쳤다. 냉철하고 거친 카리스마를 가진 황팀장을 위해 거뭇한 기미와 상처 분장까지 한 진서연은 광수대를 이끄는 리더십부터, 말하지 못한 잔인한 진실을 떠안고 살아야했던 상처와 욕망까지 거침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독전’ 이후 그녀를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를 그 이상으로 만족시켰다. 이밖에도 최형필 부장 역의 장현성과 양만수 형사 역의 류승수는 긴장감, 통쾌함, 뭉클함을 오가며 극을 풍부하게 채웠다. 마지막으로 ‘본 대로 말하라’ 최고의 반전캐 ‘그놈’ 역의 음문석은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OCN 빌런의 계보를 이으며, 역대급 살인마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3. 선과 악의 경계, 그 욕망에 잠식되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은 말이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자신이 경험한 것만 믿게 돼있어.” 현재가 수영에게 했던 조언, 그리고 ‘그놈’에게 선사한 반전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현실과 닮아있다. 어쩌면 ‘본 대로 말하라’의 충격 전개는 최종회의 부제였던 ‘거만한 눈, 거짓말하는 혀, 무고한 피를 흘리는 손’(잠언 6장 17절)을 본 대로 보지 못한 선입견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선이고 악일까. 시청자들은 그 모호한 경계에서 자신의 욕망과 싸우는 형사들의 사투를 봤다. 진실을 알고도 공권력이 아닌 개인적 복수를 향해 갔던 현재, 믿었던 만큼 배신감을 느꼈던 수영, 현재가 진실을 알기 전 ‘그놈’을 제거하고 싶었던 황팀장, 경찰 조직을 위해 사건을 덮고자 했던 최부장까지. 그러나 수영의 깨달음대로, 선한 본성의 사람이 어둠에 잠식될 수도, 악한 본성의 사람이 그 어둠을 극복할 수도 있다. 즉 선함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는 현재의 마지막 질문은 ‘본 대로 말하라’가 끝까지 묵직한 여운을 남긴 이유였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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