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 대표(32·사진)가 숙박업체인 더캡슐을 프롭테크(부동산 스타트업)라고 설명한 이유다. 앞으로 운용 사업장을 대폭 늘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머무르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유 회사에 다녔던 정 대표는 2014년 셰일가스 혁명 때문에 정유업계가 구조조정하는 것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 2015년 서울 동대문구에 혼자 살 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걸 보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던 한진욱 공동대표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다. 2017년 투자은행에서 호텔 부동산 투자업무를 맡았던 허준행 공동대표도 합류해 더캡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숙박업에 몸담으면서 1인 경제가 커지는 통계와 자료에 주목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여행자 3명 중 1명(31.5%)은 혼자 다니는 ‘솔로 트래블러’였다.
지난해 3월 서울 을지로4가 인근에 있는 더캡슐 1호점을 열고 영업에 나섰다. 건물주를 설득해 당초 창고로 사용하던 부지를 리모델링했다. 대지 84㎡의 6층짜리 키다리 건물이었다. 캡슐(폭과 높이 1.2m, 깊이 2.2m) 34실을 연면적 219㎡ 건물에 배치했다. 주중은 비즈니스 고객, 주말은 관광객이 채워주고 있다. 부킹닷컴에서 평점이 특급호텔과 맞먹는 8.7점으로 높을 정도로 이용객들의 평가도 좋다. 정 대표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 칫솔 등 기본 물품은 제공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이 원하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달 객실 가동률이 절반 이상을 회복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일본처럼 국내 1인 숙박시설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일본은 1979년 캡슐 호텔을 처음 선보인 이후 수면실 등 다양한 형태의 캡슐 호텔이 등장했다”며 “국내에서도 수요층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적인 수요처로 고속도로 휴게실, 경찰서와 소방서 숙직실 등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한국관광공사의 예비관광벤처로 선정됐다. 그 지원금으로 고급호텔에만 있던 IoT 시스템을 캡슐 호텔용으로 개발했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벤처인증을 받았다.
정 대표는 캡슐 호텔을 늘리기 위해 종로 명동 등 서울 주요 지역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마스터리스처럼 장기간 임차하거나 운영 대행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레지던스로 운영하거나 개발하는 사업도 중장기적으로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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