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매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면 기업들의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주총꾼입니다. 기업들의 정기 주총 때 진행을 방해하면서 금품을 요구하는 악질 주주를 부르는 말이죠. 1주만 있어도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악용하는 겁니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총꾼들에게 돈봉투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기업의 주요 안건 통과가 지연되고 주총장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죠.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폐지되고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확산되며 기업들이 주총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틈을 노리고 있죠.
주총꾼들은 여러 상장사의 주식을 1~10주 사들여 '대목'을 준비합니다. 주로 경영권 분쟁이 있어 주주들의 움직임에 민감한 기업을 타깃으로 삼습니다. 원칙적으로 상장사는 주주 권리 행사와 관련해 주주들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선 안됩니다. 하지만 주총꾼의 요구를 거절하면 의사 진행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암암리에 주총꾼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네요.
기업들끼리 주총꾼 명단을 공유하기도 한답니다. 주총 전에 주총꾼의 동선이나 움직임을 파악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올해 정기 주총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주총장 경계가 더욱 높아진 데다 주총장 참석 자체를 꺼리는 영향이 있는 듯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매년 주총꾼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였거든요.
이렇다 보니 기업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기업의 의사 진행을 돕는 '바람잡이' 주총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올해 정기 주총은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성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어 이런 '바람잡이' 주총꾼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주총에서 기업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의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다른 소액주주들이 의견을 내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발언을 하고 집단 찬성 의사를 밝히는 식이라고 하네요.
이런 저런 주총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전자투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합니다. 여전히 전자투표 행사률이 낮고 고령 주주들의 접근성이 어려운 탓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주총 등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전자투표가 주주권 행사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을 지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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