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유럽 이어 인도 공장마저 문 닫아

입력 2020-03-23 17:09   수정 2020-03-24 01: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세계로 확산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공장이 잇따라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에 있는 공장까지 줄줄이 가동을 멈추면서 해외 공장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22일 첸나이, 칸치푸람, 뭄바이 등 코로나19가 발생한 75개 도시에 대해 이달 말까지 사업장 운영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연간 7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자동차 첸나이 공장이 셧다운됐다. 이 공장에서는 인도 시장 전략 차종인 크레타와 베뉴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이달 말까지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이 공장에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셀토스가 생산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인도 정부의 가동 중단 권고를 받아들여 당분간 생산을 멈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인도법인인 두산파워시스템즈 인디아(DPSI)도 인도 첸나이 공장을 이날부터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언제 조업을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 정부 지침에 따라 재개 일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PSI는 인도 현지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인도 공장이 멈추면서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글로벌 공장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31일까지 셧다운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엔진을 공급받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지난 19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유럽에 있는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도 23일부터 코로나19 여파로 2주간 문을 닫는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부품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유럽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국 완성차 업체는 이를 염두에 두고 1~2개월 이상의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1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별 협력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요구 사항을 들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부품업계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며 “운영자금 대출, 기존자금 상환 유예 등의 과감한 금융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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