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통제 불능상태로 치달으면서 국가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몰렸다.
스페인 정부는 군병력까지 대거 투입하면서 국경통제와 이동금지, 상점 폐쇄 등의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된 노인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수도 마드리드에선 시신을 안치할 병원 영안실이 부족해 아이스링크를 임시 영안실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면서 병원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며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방치된 채 죽어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도 이날 TV에 출연해 “군 특수부대원들이 병상에서 완전히 방치된 채 버려진 노인들의 시신을 대거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비인간적인 처사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무시하는 사람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전문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는 3만5136명에 달한다. 이날 하루에 63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8만1093명), 이탈리아(6만3927명), 미국(4만3721명)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스페인에선 고령의 중증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망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날 기준 사망자 수는 2311명으로, 전날 대비 539명 급증했다. 스페인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하루 사망자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이번 주말께 감염이 절정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헤타페시 병원의 한 의사는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코로나19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모두 압도돼 버렸다”고 털어놨다.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등 의료장비조차 부족한 상황이어서 의료진도 감염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스페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중증병실에 입원한 환자는 1800여명에 달한다. 마드리드에서만 700명이 넘는다. 문제는 중증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병원이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 엘파이스의 설명이다. 스페인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3.0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개)를 밑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3.1개)와 함께 병상 수가 적은 국가로 꼽힌다.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병원 장례식장도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스페인 정부는 마드리드에 있는 아이스링크인 팔라시오 델 이엘로(얼음 궁전)을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아이스링크가 시신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온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병원으로부터의 시신 이송은 군부대가 맡기로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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