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남극의 빙붕 역할 세계 최초 규명

입력 2020-03-24 15:05   수정 2020-03-24 15:07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는 외부의 따뜻한 바닷물을 막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늦추는 빙붕의 역할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빙붕(Ice Shelf)은 바다에 떠 있는 채 남극대륙을 감싸고 있는 수백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빙붕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냈다. 극지연구소와 스웨덴 국제공동연구팀은 서남극 아문젠해 겟츠(Getz) 빙붕에서 바다에 잠겨 있는 두께 300~400m의 부분이 외부의 바닷물을 차단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남극대륙 주변의 심해는 지구의 기온을 400℃ 높일 수 있는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겟츠 빙붕 주변 바다에서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수심에 따른 유속과 염분 변화 등을 측정했다. 관측 결과 빙붕에 가까워질수록 남극대륙으로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의 속도가 감소했고, 해수 중 약 30%만 빙붕 너머 빙하 하부를 녹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공위성 관측값과 일치한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연구팀은 빙붕이 없으면 남극 빙하 하부로 따뜻한 물의 유입이 늘고,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남극 바다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아라온호를 활용한 남극탐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세계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紙)에 게재됐다.

공동저자인 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가장자리에서 얼음이 녹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한 단계 더 밝혀진 만큼,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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