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삼성전자는 4450원(10.47%) 오른 4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09년 1월 28일 10.52% 상승한 후 하루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국인이 1317억원, 기관이 149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4일 이후 무섭게 사들이며 주가를 떠받쳐온 개인은 280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이 ‘반짝’ 순매수에 그칠지, 아니면 매수 우위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외국인은 5일부터 23일까지 삼성전자를 총 4조4155억원어치 연속 순매도하며 유가증권시장 투매를 주도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폭등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36% 급등하는 등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 SK하이닉스도 13.4% 올랐고, 티씨케이·원익머트리얼즈·원익IPS 등 반도체 중소형주도 15~22% 뛰었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의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와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도 외국인의 수급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시선은 양분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2~10% 낮췄다.
다만 반도체 시장 지표로만 보면 서버용 D램 가격이 오르는 등 최근 업황은 오히려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서버D램 가격은 지난달 전월 대비 6.1% 급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 수요가 살아난 데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서버 시설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팔았던 것은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보다는 한국 시장 비중 줄이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대형주를 필두로 코스피가 저점에서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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