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사진)는 오전부터 좌석 60여 석 중 절반가량이 들어찼다. 30여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3명뿐이었다. 대부분 20대로 저마다 노트북과 전공서적을 책상 한쪽에 올려둔 채 공부에 열중하는 ‘카공족’들이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이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하면서 학교로 가지 못한 학생들이 카페로 몰려드는 것이다.
대학생 장모씨(21)는 “노트북만 있으면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날마다 카페에 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전국 공공도서관의 97%가량이 휴관한 것도 카공족이 몰리는 이유다. 취업준비생인 이지환 씨(25)는 “학교 도서관도 문을 열어 놓은 데가 있지만 좌석 간격이 좁고 기침 소리에 민감해하는 주변 반응이 많아 카페에 있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에 지친 30대 직장인들도 카페를 찾고 있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삼성역 일대 카페는 점심시간이 되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카페 직원 황모씨(22)는 “이번주 들어 고객이 두 달 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노트북을 들고 온 직장인들로 저녁까지 붐빈다”고 말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카페 방역은 자율에 맡기는 실정이다. PC방 학원 등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방역지침 이행 여부 점검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보는 시설로 콜센터, 노래방, PC방, 체육시설, 클럽, 학원, 종교시설, 요양원을 꼽는다. 이 가운데 카페는 없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식당, 카페 등 소규모 업소에 대한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을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 달리 일부 국가에선 선제적으로 카페 영업 중지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 19일 카페, 식당 등의 야간 영업을 금지했고, 영국도 전국 모든 카페에 휴업령을 내렸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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