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기금 재정 악화 우려
문 대통령은 이날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 유예 또는 면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에게는 생계 지원이자 기업에는 비용 절감으로 고용 유지를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근로자의 보험료를 기업이 함께 내고, 산재보험은 기업이 전액 부담한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국민들께 힘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회의에서 신속히 매듭을 짓고 4월부터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을 만나 “경제활동이 안정될 때까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납부를 일정 기간 유예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에 4대 보험료 유예나 감면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료를 예로 들면 직장가입자가 한 달에 내는 보험료는 평균 12만2068원(작년 상반기 기준)인데, 이를 3개월간 면제하면 36만6204원을 아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도와 울산 울주군이 도민과 군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재난기본소득이 월 1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대 보험료 면제가 재난기본소득보다 지원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기업, 근로자, 자영업자가 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1년간 면제하면 94조7364억원(2018년 기준) 규모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4대 보험기금의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고용보험기금과 건강보험기금은 지난해 각각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정부 전망인 2057년보다 3년 더 빠른 2054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상공인 전기료 납부 유예 ‘유력’
문 대통령은 “기업이 신청하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도 했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난에도 사업주가 감원 대신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인건비의 최대 90%까지 보전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보전 비율을 기존 휴업·휴직 수당의 최대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올렸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최대 90%까지 지원받는다. 정부는 지난 9일 여행·관광숙박·운송·공연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했다.
전기료는 전국 소상공인에게 납부일을 미뤄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된다면 감염병으로 전국 단위 전기료 납부일이 유예되는 최초 사례다.
앞서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대구·경북 지역의 일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6개월간 전기료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730억원을 투입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초 열릴 예정인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세부 내용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태훈/백승현/구은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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