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兆 증시안정펀드, 금융위기 때의 20배…ISA로 주식투자

입력 2020-03-24 17:30   수정 2020-03-25 01: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렁이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10조7000억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주식투자 허용 등 증시 부양을 위한 세제 지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2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보면 정부는 주식시장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전 금융권과 증권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10조7000억원 규모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 위주로 5000억원이 조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1990년 1차 증시안정펀드(증시안정기금) 후 30년 만에 민간 금융사가 참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을 대표하는 금융사 18곳이 모두 8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2조원, 증권유관기관은 7000억원을 넣을 계획이다.

펀드 투자는 먼저 출자 약정을 한 뒤 투자 수요가 있을 때마다 모(母)펀드에 자금을 모아 각 출자사가 자(子)펀드를 통해 집행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 대상은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200 등 지수 상품으로 한정했다.

금융위는 세제 혜택이 있는 ISA 투자 대상에 개별주식을 포함하고 가입 대상을 ‘소득이 있는 자’에서 ‘모든 거주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 ISA로는 예·적금 및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ELS),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만 투자가 가능하다. ISA를 주식까지 포괄하는 ‘국민만능통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 하락폭을 잠시 늦추는 시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기금이 증안펀드 집행에 따라 추가 매수하는 레버리지 효과나 투자심리 개선 등을 기대하는 분석도 나왔다.

증안펀드 규모가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약 1000조원)의 1%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약 4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이 투입된 1990년 당시 증시 시가총액이 85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적어도 3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본래 취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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