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2기 체제’에 들어섰지만 손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이 휘청이는 가운데 기업 가치 제고와 당국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연임이 확정됐다. 3년간 우리금융 회장직을 수행한다. 은행 경영은 전날 취임한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맡는다.
손 회장은 앞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에 주력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초 출범 이후 1년여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 최고 1만6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7410원(25일 종가 기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동반 하락한 영향이 크지만 특히 금융주 낙폭이 과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손 회장은 계열사 인수합병(M&A), 해외 시장 개척 및 기업설명회(IR)를 통한 투자자 유치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은행 비중이 가장 높다. 증권사,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추가 인수가 주요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손 회장은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중징계)를 받은 뒤 행정소송과 함께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연임 길은 열렸으나 금감원은 즉시 항고를 예고했다. 소송전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DLF 사태 외에 제재심에 오를 안건도 더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물 경제 지원이 주요 과제다. 손 회장은 이날 연임이 결정되자마자 첫 일정으로 권 행장과 함께 현장 방문에 나섰다. 본점 인근 서울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소상공인들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듣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오후에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을 영상 회의로 소집해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우리은행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을 위해 ‘긴급 지사화 사업’ 참가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출장이 제한된 기업들을 위해 KOTRA 해외 무역관이 현지 대면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업이다. 우리은행은 참여 기업의 사업 참가비 가운데 일부를 선착순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