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 유통시장 키우는 리씽크, 흠있는 제품 손대니 돈됐다

입력 2020-03-25 17:18   수정 2020-03-31 15:05

작년 7월 롯데아울렛 광명점에 독특한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장 이름은 ‘리씽크’. 전시 제품과 재고 등을 싼값에 파는 리퍼 전문점이다. 명품과 브랜드 제품을 싸게 파는 아울렛에 중고 업체가 입점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아울렛은 리씽크가 소비자에게 그만한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씽크는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와 대량의 전시·재고 물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이 만나는 지점을 집중 공략해 설립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전시품 재고 대량 매입

리씽크 온라인몰에는 25일 현재 정가 139만원인 LG전자 노트북 그램이 69만원, 67만원짜리 스마트TV(43인치)는 38만원에 올라와 있다. 리씽크가 판매하는 제품은 일반 중고 제품보다 품질이 좋다. 1년 무상 AS도 가능하다. 리씽크가 비교적 양질의 제품을 싸게 팔 수 있는 비결은 두 가지다. 우선 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쓴다. 기업 전문 렌털 회사와 제휴를 맺고 중고 노트북, PC 등을 고쳐서 다시 내놓는다. 홈쇼핑과 백화점 등에서 나온 반품 제품, 해외 직구족이 파는 중고 제품도 대량 매입해 가격을 낮췄다.

재고를 싼값에 대량 매입하는 것도 가격을 낮춘 비결이다. 제조사 창고에 쌓여 있는 제품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악성 재고를 처분할 수 있어 리씽크를 활용한다. LG전자도 리씽크와 계약을 맺고 B2B(기업간 거래) 보상판매를 맡기고 있다.

중고 PC 팔다 리퍼시장에 관심

김중우 리씽크 대표(사진)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중고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1999년 대학 2학년 때 중고 PC를 구입해 고친 뒤 교차로 등을 통해 팔았다.

김 대표는 2007년 디지리워드란 리퍼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주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사용한 가전제품을 손봐 판매했다. AJ렌탈과 계약을 맺으며 렌털 제품에도 손을 댔다. 이후 2015년 AJ그룹에 회사를 매각하고 2018년까지 AJ전시몰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리씽크를 설립한 김 대표는 “이전에 있던 AJ전시몰과 차별화하기 위해 전체 제품 중 리퍼 제품 비중을 줄이고 해외 명품, 신제품 등 판매 상품 종류를 늘렸다”고 말했다.

리씽크는 제품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신제품도 판매한다. 신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들이 리씽크와 계약을 맺었다. 해외 명품도 저가에 내놨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현지에서 병행수입한 명품 등을 사들여 판매한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리씽크는 중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도 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매장은 330㎡ 규모로 400여 개 제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7월 롯데아울렛에 입점해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리씽크는 올해 중고차도 리퍼한 뒤 판매할 계획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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