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아픔도 축복일 수 있다는 믿음 전하고파"

입력 2020-03-25 17:55   수정 2020-03-26 03:01

“일흔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라도 등단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큰 아픔도 언젠간 축복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변장한 축복’의 교훈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찬성 전 산업은행 종합기획부장(이사대우·72·사진)이 지난달 낸 수필집 《변장한 축복》으로 등단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한국수필가협회 기관지인 ‘한국수필’은 다음달 박씨의 책 《변장한 축복》 중 ‘어머니의 겨울’과 ‘바둑 입문기’ 두 편에 신인상을 수여한다.

박씨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1973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외화자금부장, 미국 뉴욕 현지법인 한국연합금융(KASI) 대표, 국제금융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한국기업평가 전무를 거쳐 대기업에 협력사들의 경영·재무 상태와 사업전망 등 신용정보를 전자화해 제공하는 이크레더블 대표를 맡았다.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뒤 2010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변장한 축복》은 산은에서 30년간 근무하며 기획, 국내외 금융 등 은행 업무 전반을 맡아온 그가 묵묵히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기록한 에세이다. 박씨는 “당장에는 고난과 아픔으로 느껴지는 어려움도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면 자신에게 축복이 됐다는 의미를 담아 ‘변장한 축복’으로 책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1997년 KASI 대표 시절 경험이 꼭 그랬다. 당시 그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81층에서 근무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1년 뒤 KASI가 문을 닫아 쓸쓸히 귀국해야 했다. 놀라운 일은 3년 뒤 그의 옛 사무실이 9·11 테러로 사라졌다는 사실. 그는 “만약 임기를 채웠다면 비극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환위기는 ‘죽음의 쓰나미’였지만 나에겐 더 큰 재난을 막아준 ‘생명의 쓰나미’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겨울’도 그가 아끼는 이야기다. 그는 “일곱형제 중 막내”라며 “경북 영주에서 평생 형제들을 키우느라 고생만 하다 떠난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았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속바지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닌 동전지갑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은퇴 이후 글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대학 시절 고전을 즐겨 읽었다”며 “마음에 품고 있는 ‘응어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니 주변 사람들도 좋은 평가를 내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작가들이 30년 넘게 수필을 써온 자신들의 글보다 더 좋다는 평을 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글쓰기 외에 바둑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바둑은 공인 아마 5단으로 전국 직장인 바둑대회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했다”며 웃어 보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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