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日올림픽 특수…삼성·LG도 5G폰 흥행 '빨간불' [김은지의 텔레파시]

입력 2020-03-25 13:05   수정 2020-05-31 00:02


도쿄올림픽이 결국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올림픽 특수를 발판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려던 일본 이동통신업계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뿐만 아니라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며 5G 스마트폰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던 삼성·LG전자도 흥행에 적신호가 커졌다.

25일 이통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이날 5G 상용화에 나선다. 오는 26일 업계 2위 KDDI, 27일엔 소프트뱅크가 차례로 5G 서비스를 개시한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에 맞춰 '5G 시대 개막'을 준비해왔다. 올림픽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자율주행 셔틀버스와 로봇 택시, 초고화질 8K 영상 송출, 가상현실(VR) 중계 등 다양한 5G 서비스를 기획했다.

일본 전자업계도 사활을 걸었다. 5G 서비스 개시에 맞춰 샤프는 '아쿠오스R' 5G 모델을 선보였고 소니와 후지쯔도 각각 '엑스페리아1 마크2', '애로우스'로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1년여 전 '5G 상용화 세계 최초' 타이틀을 한국에 내줬지만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통해 5G 기술 위상을 떨쳐 주도권을 가져올 심산이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이러한 계획이 틀어지게 생겼다. 향후 각국의 5G 기술·서비스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일본에게는 새로운 5G '비기(?器)'가 필요하다.

일단 일본 이통업계는 예정대로 5G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5G 서비스를 먼저 개시한 한국·미국보다 약 1년이나 뒤처진 상황에서 5G 상용화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만 타격을 입는 건 아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5G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알릴 기회를 잃어버린 글로벌 기업들 역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일본에 '갤럭시S20' 시리즈 5G 모델을 출시했다. 5월에는 갤럭시S20플러스를, 6월에는 도쿄올림픽 에디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림픽 에디션 출시를 비롯해 도쿄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글로벌 마케팅을 준비했던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전자도 다음달 듀얼스크린을 채택한 신형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V60 씽큐'로 일본 5G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엔 출시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본 시장에 내놓는 최고 사양 모델이다. 삼성의 갤럭시S20, S20플러스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맞대결을 벌인다.

5G 폰은 애플이 장악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던지는 승부수다. 5G 폰을 통해 한국 업체들이 입지를 얼마나 확대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아직 5G 모델을 내놓지 않은 애플은 올 하반기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1년 연기로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는 애플과의 5G 폰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연기로 그간 준비해온 올림픽 마케팅을 펼치기는 불가능해졌다"면서 "맞춤 준비로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는데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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