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시약 생산업체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씨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주가도 급등해 1년 전 3000억원대이던 시가총액이 2조원대로 여섯 배 가까이 불어났다.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독보적인 사업모델,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미리 내다본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씨젠을 스타 업체로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보적 기술력과 한발 앞선 CEO의 결단
25일 코스닥시장에서 씨젠은 가격제한폭(2만300원·29.94%)까지 오른 8만8100원에 마감했다. 회사가 공급하는 코로나19 감염 진단키트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이달 들어 주가는 141.3% 올랐다. 작년 1월 초 3000억원대이던 시가총액은 1년여 만에 2조3112억원(25일 기준·코스닥시장 3위)까지 늘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테마주’ 정도로 치부했던 일부 투자자들의 시각도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주’로 바뀌었다. 씨젠은 DNA·RNA 등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 진단시약을 개발한다. 사람의 침과 혈액 등 인체에서 나온 검체에 시약을 결합해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회사의 진단시약은 타깃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만 증폭시키는 원천 기술이 있어 검사 정확도가 높다. 한 번에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동시에 분석할 수도 있다. 지난달 공개한 코로나19 진단시약(올플렉스 2019-nCoV Assay)에도 이 같은 기술이 활용됐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 매출(338억원)은 분기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며 “코로나19는 거들 뿐이고, 회사 고성장은 예견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씨젠의 기본 사업모델이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도 지닌다고 지적한다. 회사의 분자진단은 고객사가 고유 검사장비(CFX96)를 설치한 뒤 소모품인 진단시약을 쓰는 구조다. 기존 고객사들이 새 진단시약이 필요하면 자연스레 씨젠의 제품을 쓰게 된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면도기를 사면 면도날을 매번 갈아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번 진단장비(면도기) 공급망을 구축해 놓으면 진단시약(면도날)이 매번 바뀌며 수익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로 유럽 진단 시장에 침투해 회사의 유럽 매출 비중은 57.3%(작년 기준)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하기에 앞서 진단시약 개발을 결정한 천종윤 씨젠 대표의 결단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씨젠은 이미 지난 1월 중순 코로나19 시약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씨젠 관계자는 “국내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을 때였지만 한국에 바이러스가 퍼질 것으로 내다본 천 대표가 개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씨젠에 날개 달아준 질병관리본부
씨젠의 발빠른 대응에는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진단시약업체 간 협업도 한몫했다. 올 1월 초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병원체를 제공받은 질본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1월 27일 진단시약 개발업체들을 서울역 회의실에 긴급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서 질본은 시약 개발법을 민간에 공개하고 대규모 진단시약 개발과 긴급사용승인 계획을 알렸다. 긴급사용승인은 통상 1년6개월이 걸리는 허가 기간을 대규모 감염병 사태 때 2주일 이내로 축소하는 제도다.
이 덕분에 1위 시약업체인 씨젠은 2월 12일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활용해 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시약업체는 5개로 하루 생산량은 13만5000개에 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처럼 대규모 진단시약 생산 체제를 구축해놓은 덕분에 대구·경북에서 신천지 교인으로 인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하루 최대 2만 명까지 검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씨젠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김동현/김형호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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